젊어진 개미·디지털 전환…증권사 지점 800곳 이하로

올 1분기 60개 증권사 지점 798곳
5년새 21% 급감…비용 효율화 영향
22곳 줄인 삼성證 감소폭 43% 최대
방판법 개정에 추가 감축 이어질듯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자본시장의 첨병인 증권사 국내 지점 수가 계속 감소하면서 올해 들어서는 800개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전환 기조와 비용 효율화에 발맞춰 증권사들이 빠르게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위주로 투자 형태가 변화하며 젊은 층 고객도 늘어 향후 증권사 지점 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60개 증권사의 1분기 국내 지점 수는 798개로 집계됐다. 자료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9년 2분기(1708개) 이후 최저치이자 14년 전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증권사들의 전국 지점은 지난해 1분기(835개)와 비교해도 1년 만에 37개가 줄어든 것이고 지난해 말 813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800 선도 무너진 셈이다.


증권사 국내 지점 수는 2009년 이후 계속 1000개를 웃돌았으나 디지털 전환 기조가 자리 잡기 시작한 2018년 이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면서 같은 해 3분기(998개) 처음으로 1000개가 붕괴됐다. 이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투자자들의 지점 방문까지 줄어들자 2020년 1분기 말 883개로 줄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디지털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18년부터 지점 수를 줄이고 대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강화됐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지점을 찾는 고객 수가 눈에 띄게 줄면서 최근에는 지점을 통폐합해 몸집을 키우거나 자산관리(WM) 등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센터를 만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 중 최근 5년(2018~2023년) 동안 지점 감소 폭이 가장 큰 증권사는 삼성증권(016360)이었다. 삼성증권 지점 수는 2018년 말 51개에서 올해 초 29개로 43% 감소했다. 지난해 서울 강북과 경기 북부 권역의 5개 지점(마포·상계·이촌·일산·합정)을 강북금융센터가 흡수하는 등 2022년에만 15개 지점을 통폐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의 지점 수도 2018년 말 136개에서 올해 1분기 말 현재 78개로 43% 줄었다. NH투자증권(005940)(76개→69개)과 KB증권(97개→75개), 한국투자증권(78개→64개) 등 대형 증권사들의 지점 감소 폭이 컸다.


대형사 중 소매영업 비중이 낮은 메리츠증권만 2018년 6개에서 올 1분기 현재 7개로 증가했을 뿐이다. 메리츠증권 측은 “2019년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강남 지역에 WM센터를 새롭게 열면서 지점 수가 일부 늘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지점 수는 앞으로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소위 ‘동학개미’ 열풍이 불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저변이 확대돼 MTS와 홈트레이딩서비스(HTS)에 익숙한 젊은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614만 명에 불과했던 개인투자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441만 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식에 투자하는 연령층도 대폭 낮아져 2019년 145만 명(전체 중 23.7%)에 불과했던 20·30대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 464만 명(32.6%)까지 늘어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전과 달리 비대면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며 “증권사들이 지점을 운영하는 실익이 충분하지 않아 (지점 수가 감소하는) 현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행되고 있는 방문판매법 개정안도 지점 감소세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방판법 개정안이 시행돼 증권사들도 보험사처럼 방문판매가 가능해졌다. 특히 이전에는 고객이 14일 내 환불을 요청하면 무조건 들어줘야 해 변동성이 큰 투자 상품을 방문해 판매하기 어려웠지만 법 개정으로 투자 상품과 대출성 상품은 ‘14일 내 무조건 환불’ 규정에서 예외로 빠져 판매가 용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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