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에 산 하지원도 물렸다"…성수동 떠나는 큰손들

꼬마빌딩 가격 급등 평당 1억대
임대료는 주요 상권의 절반 그쳐
대출 낀 투자자들 못버티고 매각
시세차익 기대 현금부자만 발길

배우 하지원. 김규빈 기자

“지난해 이후 성수동 꼬마빌딩 가격이 급등하면서 임대료로 은행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따금 이뤄지는 거래도 현금으로 매수한 후 ‘존버’해서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대출을 끼고 건물을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의 발길은 끊긴 지 오래입니다.” (성수동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


그간 활발하던 성수동 부동산 거래가 올 들어 크게 줄었다. 성수동이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최근 평당(3.3㎡) 매매가가 1억 원대로 치솟았지만 아직 임대료는 서울 주요 상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출금리 역시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어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받아 수익은커녕 은행 이자를 내기도 급급한 형편이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성수동1가 13-384번지(대지 면적 106.80㎡)에 위치한 지하 1층~지상 4층 빌딩은 최근 36억 원에 팔렸다. 토지 기준 평당 1억 1146만 원 수준이다. 이 꼬마빌딩은 ‘원두 맛집’으로 유명한 ‘피카워크샵’이라는 카페가 입점해 있다. 또 성수동2가 301-20번지(대지 면적 55.37㎡)에 위치한 꼬마빌딩은 약 24억 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도 800m 이상 떨어진 데다 대로변 안쪽 골목에 위치한 입지임에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 건물 1층에는 현재 ‘와일드 플로어’라는 식당이 임차해 있다. 그릴 요리집으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줄을 서는 맛집이다. 이용민 디벨리공인사무소 대표는 “2019년까지만 해도 시세가 평당 6000만 원 안팎에 불과했는데 2021년부터 조금씩 올라 가격이 1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며 “차량이 들어가기 어려운 작은 골목이나 지하철 역에서 먼 골목 안 건물까지도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물을 매수하려는 발길도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반면 성수동 임대료는 치솟은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당 지역별 임대료는 △명동 18만 9000원 △강남대로 10만 7000원 △신사(가로수길) 8만 5000원 △홍대 6만 6000원 △이태원 5만 7000원 △뚝섬(성수) 4만 4000원 등으로 성수는 서울 내 주요 상권 대비 크게 낮았다. 성수동 인근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성수동은 옛날부터 공장이 많고 여전히 젊은 층이 찾는 상점이 많아 임대료가 높은 상권이 아니다”라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끌어다 매입하는 방식의 거래는 성수동에서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대료를 감안하면 성수동 꼬마빌딩의 가격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강남역 인근 로하스애비뉴빌딩(대지 면적 322.5㎡)의 경우 매각 희망가가 86억 원가량으로 평당 약 8800만 원 수준이다. 용산구 이태원동 118-50(대지 면적 132㎡) 역시 28억 원에 주인을 찾고 있다. 임대료는 성수동의 2배 이상이지만 건물 가격은 성수동보다 낮은 만큼 당장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큰 셈이다.



배우 하지원이 매입한 성수동 ‘빌딩8’ 전경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점에 대출을 일으켜 매입해 임대료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우 하지원 씨다. 그는 2020년 본인이 대표로 있는 해와달엔터테인먼트 명의로 성수동2가에 있는 ‘빌딩8’을 100억 원에 매입했다. 대지 면적은 257.2㎡로 평당 약 1억 3000만 원 수준이다. 인터넷 등기소에 따르면 채권 최고액은 90억 원으로 은행 대출을 81억 원가량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건물은 현재 1층에 입점한 안경점 외에는 하지원 개인전을 여는 등의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성수동이 점차 ‘현금 부자’만 찾을 수 있는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임대 수익률은 낮지만 미래 재건축에 따른 기대 수익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 전 지역의 준공업 지역은 4% 이하인 데 반해 성수동은 준공업 지역이 많아 건물 가치가 상승할 여력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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