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본격화한 ‘신(新)중동붐’이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에서 바레인·카타르로 확산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와 맞물려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인 이들 나라의 고위 관료가 잇따라 방한하면서 우리 기업에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가스 이후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중동과 미중 패권 전쟁과 맞물린 대중(對中) 수출 급감으로 신시장 개척이 절실한 우리나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31일 카타르 에너지장관, 다음 달 15일 카타르 통상산업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와 그린수소·재생에너지 등이 주요 의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카타르 국영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초대형 LNG 운반선의 최대 12척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13일 열린 한·바레인 통상장관 회담에서는 5670만 달러(약 757억 원) 규모의 계약 추진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바레인 산업통상장관이 방한한 것은 1995년 이후 28년 만이다. 특히 스마트팜·보건의료 등 신산업 분야 기업이 대거 계약을 따내 에너지·인프라 등 전통적인 중동과의 협력 분야가 신산업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신중동붐은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한국 방문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바레인과 카타르는 모두 사우디가 주도하는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으로 사우디에서 시작된 경제외교가 주변국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올 1월 또 다른 GCC 회원국인 UAE를 국빈 방문해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제1중동붐이 건설 중심이었다면 제2중동붐은 투자 유치, 기술 협력 등이 돼야 한다”며 “대통령이 물꼬를 텄으니 이제는 실무 레벨에서 착실하게 성과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