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메타버스 환경의 아바타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글로벌 공략에 나선다. 한국에서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한 카카오가 색다른 콘셉트의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전날 애플 앱스토어에 SNS 앱 'oomf-who's who?'를 출시했다. oomf는 ‘one of my friends’의 약자다. 이용자는 임의로 생성된 아바타를 배정받고 또다른 아바타와 익명으로 가상세계에서 대화할 수 있다. 앱 내에서는 친구 수를 20명으로 제한했다. 서로의 연락처가 있는 개개인끼리 편하면서도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라는 취지다. 카카오브레인 관계자는 “핵심인 AI 연구개발 외에 사내 공모전을 통해 특별한 제약 없이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며 “지난해 초 사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팀이 글로벌 지향의 SNS를 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앱은 영어로만 구성됐으며 국내 출시 계획은 아직 없다.
페이스 타깃팅·트레킹 등 카카오브레인의 AI 기술들도 접목했다. 휴대폰 카메라가 이용자의 얼굴 표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파악해 자신의 아바타가 감정 표현을 한다. 실제 얼굴은 기록되지 않도록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채팅하면서 음성 메모나 각종 다양한 이모티콘도 보낼 수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지난해 12월 이용자 4억 명을 돌파하는 등 해외 Z세대를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안착시킨 가운데 카카오의 새로운 플랫폼이 이용자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관심이다.
카카오브레인은 국내 위주로 서비스를 펼쳤던 카카오 계열사와 달리 AI 기술과 서비스로 해외 시장을 노려왔다. 전세계 AI 시장 규모와 수요가 큰 만큼 수익화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출시한 이미지 생성형 AI ‘칼로’ 기반의 ‘비 디스커버’ 앱도 영어로만 구성돼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2017년 연구기관으로 출발한 카카오브레인은 뚜렷한 사업모델(BM)이 없어 만년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1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가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피할 수 없는데다, 국내에는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메신저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SNS를 선보이는 시도는 해외가 더 적합했다는 시각도 있다. 추후 ‘oomf’ 앱과 비슷한 서비스를 국내에 선보이거나 카카오톡에 접목할 가능성도 있다. AI 아티스트 ‘칼로’도 ‘비 디스커버’ 앱으로 첫선을 보인 뒤 최근 카카오톡 프로필 등에 접목했다. 해외에서의 성과에 따라 일부 기능에 수익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비 디스커버 역시 처음에는 무료였지만 지난 3월 건당 6600원의 ‘AI 프로필’ 생성 기능을 추가했다. 초거대 AI 운영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이익 창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oomf’ 앱 출시에 대해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가 추진했던 ‘카카오 유니버스’와 연관짓는 해석도 있다. 남궁 전 대표는 지난해 간담회에서 “메타버스 환경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끼리 소통하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며 “카카오브레인의 AI 기술을 메타버스 프로젝트에 접목해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메타버스 환경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