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여아 바꿔치기' 미궁 속으로…대법 '친모 무죄 확정' 왜?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숨진 여아의 친모로 알려진 석씨가 지난 2021년 4월 22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첫 재판이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구미에서 일어난 '3세 여아 사망 사건' 피해 아동의 친모로 밝혀진 50대 여성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다만 '아이 바꿔치기 혐의'와 관련, 무죄가 확정돼 아이의 사망은 끝내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18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미성년자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 석씨(50)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한 혐의(미성년자 약취)는 무죄로 보고, 사체은닉미수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석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며 대구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유전자 검사 결과로 원래 외할머니인 줄 알았던 석씨가 숨진 여아의 친모라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석씨가 산부인과에서 아이 바꿔치기를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에 사건을 다시 심리한 대구지법 형사항소부는 2월 “미성년자 약취 혐의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바꿔치기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약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보고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단 사체은닉미수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석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로 석씨는 구속 이후 약 2년 만에 석방됐다.


당시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검찰에 아이 바꿔치기 혐의에 대한 추가적인 증명을 요구했으나 검찰이 사실상 이에 실패했다고 봤다. 대구지검은 같은 달 7일 상고장을 제출했고 이날 다시 한번 대법원 심판을 받았으나 기존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석씨는 2018년 3월 말∼4월 초 구미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친딸인 20대 김모씨(24)가 낳은 여아를 자신이 출산한 여아와 몰래 바꿔치기해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여아는 굶어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아와 함께 해당 빌라에 살았던 김씨는 2020년 8월 아이만 홀로 남겨둔 채 재혼 남성과의 사이에서 가진 또 다른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MBC '실화탐사대'가 지난 2021년 3월 13일 유튜브 채널에 '구미 3세 여아 사건 제보를 기다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아이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MBC 방송화면 캡처

아사(餓死)한 아이는 아래층에 살고 있던 석씨에 의해 발견됐다. 짐 정리를 돕고자 김씨의 집을 찾은 석씨가 시신을 확인한 것이다. 딸이 처벌될까 두려웠던 석씨는 시신을 몰래 묻으려다 포기하고 하루 뒤 “외손녀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또 2021년 2월 9일 딸 김씨가 살던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경찰에 신고하기 전 아이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려고 한 혐의(사체은닉 미수)도 받았다. 1·2심 재판부는 석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2021년 2월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당초 친모의 아동학대와 방치 때문에 발생한 사건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실시한 유전자 검사에서 여아의 친모가 사실 여아의 외할머니 석씨인 사실이 밝혀져 큰 파문이 일었다.


석씨는 수사 단계부터 재판까지 본인은 출산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검찰 등 복수의 검사에서 DNA 검사를 거친 결과, 석씨가 숨진 여아의 친모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석씨가 바꿔치기 했을 것으로 추정됐던 김씨 친딸의 행방과 공범 등을 추적했지만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재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석 씨가 2018년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구미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친딸 김 씨가 출산한 아이를 비슷한 시기 자신이 몰래 출산한 아이와 바꿔치기해 어딘가로 빼돌렸다고 기소했다.


검찰은 또 석 씨가 죽은 아이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려고 한 혐의(사체은닉미수)도 적용했다.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관련 숨진 여아의 친언니로 드러난 김모 씨가 지난 2021년 4월 9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숨진 여아의 ‘친언니’로 밝혀진 김씨는 항소심에서 살인,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2020년 8월 이사를 하면서 키우던 3세 여아를 빌라에 혼자 놔두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김씨의 전 남편은 지난 2021년 4월 12일 ‘쓰레기 집에 제 딸을 버리고 도망간 구미 김OO의 엄벌을 청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 청원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4월쯤부터 김 씨가 아이를 집에 버려 놓고 새 남자 집에 가서 지냈다”라며 “비가 내리고 찌는 듯 더운 날들이 지나갔던 8월, 아이가 악취 나는 집에서 이불에 똥오줌을 싸며 고픈 배를 잡고 혼자 쓰러져 있었을 것이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다”고 분노를 표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희대의 악마이자 살인마다. 어떻게 새 남자와 보내기 위해 꽃잎보다 고운 아이를 수백 일 동안 혼자 내버려 둘 수 있나.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나”라며 “김씨가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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