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금리 인상 선 그은 파월…“경제 상황 지켜볼 여유 있어”

연준 컨퍼런스서 “금리, 예전 생각 만큼 안 올려도 돼”
은행 혼란으로 경제 부담…신중한 평가 강조
분분한 6월 인상 논쟁서 동결론 쪽 손 들어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총재가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연준 주최로 열린 토마스 라우바흐 리서치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은행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건 변화는 신용 여건을 긴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고, 이는 성장과 고용,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 결과 지금은 기준금리를 은행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올려야 했던 수준까지 올릴 필요가 없어졌지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사실상 6월 금리 동결 의사를 밝혔다. 연준이 지난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에도 6월 인상 필요성이 연준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파월 의장은 동결론에 힘을 실었다.


파월 의장은 19일(현지 시간) 연준이 주최한 토마스 라우바흐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정책 긴축에서 먼 길을 왔고, 정책의 입장은 제약적이다. 또 긴축의 지연 효과와 최근 은행 스트레스로 인한 신용 긴축의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우리는 신중한 평가를 위해 지표와 경제 상황의 변화를 지켜 볼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같은 발언에는 △지금까지 1년 만에 금리를 5%포인트 넘게 올려 금리가 충분히 높다는 점과 △이같은 금리 효과가 나타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 △신용 긴축 등 추가 인상 시 따르는 경제적 리스크가 크다는 점 △이를 감수하고 금리를 올려야 할 만큼 물가 상승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 대한 강조가 동시에 담겨있다.


파월 의장은 특히 현재 연준 통화 정책을 두고 ‘제약적’이라고 표현했다. 물가를 낮추기 위해 올라야 하는 수준에 어느 정도 다다랐다는 뜻으로 이 역시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표현이다. 그는 아울러 통화정책 지연 기간과 관련해 ‘1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동안의 정책 움직임이 아직 경제 전체에 완전히 파고들지 않았다고 봤다. 6월 금리 인상 대신 지켜보는(wait and see) 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파월 의장은 물론 현재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하면서 발언의 균형을 유지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이런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가 잡기에 실패하는 것은 단지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는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인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그 결과 각 가정과 기업체에는 더 큰 해악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물가 목표를 변함없이 유지하면서 이런 상황을 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에 시장이 평가하는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2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6월 금리 인상 확률은 전날 35.6%였지만 현재 13.8%로 급감했다. 전날 중도파로 평가받는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마저 금리 인상론을 지지하면서 커졌던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뒷걸음질 쳤다


한편 이날 같은 행사에서 파월 의장에 앞서 연설에 나섰던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는 별도의 세션에서 “장기 중립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아주 낮은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부양(촉진) 시키지도, 억누르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윌리엄스 총재는 “중요한 것은 낮은 중립금리의 시대가 끝났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과거 저금리 시대를 벗어나 일상적인 고물가·고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경제학계 일각의 평가에 대한 반박을 내놓은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