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이는 용인에 A 및 B 두 개 지번에 걸친 땅을 가지고 있다. 최근 이 땅에 개발호재가 실현됐다. 길동이는 기쁜 마음으로 두 땅을 팔기로 했다. 마침 길동이 앞에 땅을 사고 싶다는 영수와 영희 남매가 찾아왔다. 길동이는 두 개의 부동산을 팔 때 연도를 달리하면 양도세가 절감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이에 길동이는 영수에게 2023년 12월 30일에 A를 팔고 영희에게 2024년 1월 2일에 B를 팔기로 마음먹었다. 좋은 절세전략일까?
돈을 많이 벌면 세금을 많이 낸다. 특히 소득세는 ‘누진과세’ 방식이다. 많이 버는 사람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각종 공제효과를 생략한 채 양도소득에 대한 실효세율을 어림잡아 보자면 1000만 원을 번 사람은 약 5%의 세금을, 5000만 원을 번 사람은 약 12%의 세금을, 1억 원을 번 사람은 약 19%의 세금을 내게 된다.
누진세율에 따라 다른 세율로 과세하기 위해서는 납세자가 얼마나 많이 벌었는 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오늘 한 차례 1억 원을 번 사람과,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각각 5000만 원씩 합계 1억 원을 번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들은 같은 돈을 벌었다. 그렇다면 같은 세율을 적용받아야 합리적이다. 이를 위해, 일정 기간동안 번 돈을 합산한 뒤, 합산된 금액에 대해 세율을 매긴다. 여기에서 ‘일정 기간’은 ‘매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이다. 위 사례에서 ‘어제’와 ‘오늘’이 같은 해에 속하고 있다면, 이틀간 5000만 원씩 번 사람은 하루만에 1억 원을 번 사람과 같이 19%의 세금을 낸다. 반면 ‘어제’가 2022년 12월 31일이고 ‘오늘’이 2023년 1월 1일이라면? 그 외에 다른 양도소득이 없다는 가정 하에 그 사람은 작년에 5000만 원, 올해 5000만 원 번 것으로 간주한다. 덕분에 조금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이제 위에서 소개한 길동이가 땅 한 조각은 올해 말에, 다른 한 조각은 내년 초에 팔기로 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소득을 두 해에 걸쳐 분산함으로써 실효세율을 낮추려는 것이다. 괜찮은 절세전략이다. 다만 몇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한쪽에서는 이익을, 한쪽에서는 손실을 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예컨대 길동이가 판 A와 B가 모두 부동산이고, A를 양도하여 4000만 원의 손실을, B를 양도하여 5000만 원의 이익을 보았다고 가정하자. 둘을 합쳐 보면 길동이는 1000만 원의 순이익을 얻은 셈이다. 다행히도, 세법은 같은 종류의 자산을 같은 과세기간에 양도하여 발생한 소득과 손실을 통산하여 순수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길을 열어 두었다. 이를 활용하면, 길동이는 순수익 1000만 원에 대해서 약 5%의 세금만 낼 수도 있다. 올해 말에 A를 팔고 내년 초에 B를 팔아 두 물건을 양도한 연도가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 이 때 길동이는 올해 손해를 본 4000만 원에 대한 고려 없이, 내년에는 5000만 원의 이익에 대해 12%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개인에 대한 양도소득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해의 손실을 활용하여 다음 해 이익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 이익이 난 부동산과 손실이 난 부동산을 모두 팔 계획이 있다면, 한 해에 복수의 부동산을 매각하여 이익과 손실을 통산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다음으로, 경제적으로는 하나의 부동산처럼 보이는데, 두 번에 걸쳐 나눠 파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실제로 이렇게 양도세 절세를 시도해 본 사람이 있었다. 예컨대 1개 토지에 관하여 1/2지분은 2022년 12월 30일에 매수인1에게 등기를 넘김과 동시에 매매대금의 절반을 받고, 나머지 1/2지분은 2023년 1월 2일에 매수인2에게 등기를 넘겨줌과 동시에 매매대금의 나머지 절반을 받기로 하면서, 매매계약서를 두 장 작성하는 식이다. 경제적으로 보면 한 개의 부동산에 관하여 중도금을 받고, 잔금을 받은 뒤 잔금일에 전체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것과 다름없다. 매도인은 형식상으로는 두 개의 매매계약에 따라 두 번의 양도소득이 나뉘어 발생했으니, 그에 따라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절세전략은 성공했을까? 세무서는 위 두 개 매매는 실질적으로 하나의 물건을 판 거나 다름없다고 보아 과세했다. 하나의 물건을 인위적으로 둘로 나누어 양도시기 조정을 통한 절세는 인정해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매도인이 보유하던 1개의 토지를 2개로 분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해에 걸쳐 나누어 양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세무서는 한 개의 토지를 판 것으로 간주하여 과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래부터 2개 필지로 된 인접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가, 매각일자를 달리하여 거래한 경우까지 한꺼번에 판 것으로 간주하여 과세할 수 있을까? 세무서에서 그와 같이 생각하여 과세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이에 대해 납세자들이 불복하였고, 조세심판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비추어 거래형식을 존중하여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기도 했고, 경제적 실질을 고려하여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결론이 달리 난 이유가 뚜렷하지 않으므로, 절세를 위해 두 개 필지의 매각시기를 달리 하고자 하는 납세자라면 상반된 결론을 내린 선례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길동이의 계획은 좋은 절세전략인가? 하나의 물건을 인위적으로 분리해가면서까지 양도소득을 분산하려 했다면 무의미한 전략이다. 오히려 나중에 과세되면서 가산세까지 추가로 부담할 위험이 있다. 취득 당시부터 두 개 이상의 물건이었던 경우라면 거래일자를 조정하여 소득 또는 손실을 분산하거나 합치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길동이는 인접 필지를 매각하는 것이므로, 경제적 관점에서 1개의 매매로 간주될 위험이 있다. 상반된 결론을 내린 선례들을 살펴보고 주의하여 거래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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