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한미 금리 역전 폭 1.75%P에 환율 1340원…정말 괜찮나

3%대 물가에 한은 금리 동결 유력시
경기 침체 우려 확대 역시 동결 요인
금리 역전에도 자금 유출 없다 판단
환율도 우려할 상황 아니라 보는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25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2월과 4월 금리를 연속 동결한 금통위가 과연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75%포인트로 확대된 데다 원·달러 환율도 1320~1340원대에서 오르내리는 만큼 중요한 결정입니다. 시장에서는 다음 주 금통위 전까지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는 일만 없다면 금통위가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먼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때문입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전월(4.2%) 대비 0.5%포인트나 낮아졌습니다. 1년 2개월 만에 찾은 3%대 물가입니다. 통화당국이 예상했던 대로 물가가 점차 둔화되는 만큼 금리를 무리해서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근원물가라는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달까지 금리를 동결하고 추이를 더 지켜보자는 의견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 더 이유를 찾아보면 국내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3%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으나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민간소비마저 점차 동력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은이 기대했던 ‘상저하고’가 쉽지 않다는 전망입니다. 이미 주요 기관마다 올해 한국 성장률을 낮춰잡기 바쁜 상황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을 1.8%에서 1.5%로 0.3%포인트나 하향 조정했습니다. 한은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더 낮은 수준으로 낮춰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미 달러를 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짚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금리를 세 번 연속 동결해도 될 정도로 현재 한미 금리 격차와 원·달러 환율은 문제가 없냐는 것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정책금리가 5.00~5.25%인데 한은 기준금리를 3.50%로 1.75%포인트 역전된 상태입니다. 한은이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한다는 것은 한미 금리 격차를 당장 줄일 필요가 없다고 보는 셈입니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절하) 우려도 크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한은이 매달 발표하는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한미 금리가 처음 역전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개월 동안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93억 7000만 달러 누적 순유입됐습니다. 채권투자자금만 떼어놓고 보면 19억 1000만 달러 순유출입니다. 과거 금리 역전기마다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500억 달러 안팎 유입됐던 것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한은은 채권 금리가 순유출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나타났던 일시적인 요인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 주가·채권가격 하락 등이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상당 폭 감소한 데다 국부펀드들도 큰 손실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채권에 투자했던 자금 일부를 회수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차익거래유인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투자하면 오히려 손실을 보는 상황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1,320원대에서 마감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은 올해 4월 이후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50%포인트로 벌어지고도 외국인 채권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금리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공공자금 투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건데요. 최근엔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하고 변동 폭도 줄어들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지난해만큼 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투자에 쓸 수 있는 외환보유액도 늘었다고 합니다.


한은 관계자는 “공공자금도 수익성이 중요하긴 한데 민간자금만큼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중장기 시계로 꾸준하게 움직인다는 특성이 있다”며 “아직은 우리나라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없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수시로 1340원 돌파를 시도하고 있으나 지난해처럼 1400원을 넘지 않은 만큼 외국인 자금 유출을 우려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듯합니다. 19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5원 내린 1326.7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뛰면서 1340원대를 돌파한다면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으나 현재로선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셈입니다.


주상영·박기영 위원이 나간 자리에 박춘섭·장용성 위원이 들어오면서 구성이 크게 달라진 금통위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