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바, 대나무칫솔 '찐 후기' 찾으신다면[지구용]

'지구를 위한 랭킹' 지구랭…친환경에 진심인 소비자들 솔직 후기
청바지 업사이클 프로젝트 성공 힘입어 환경교육 아이디어 모색

지구랭의 지구를 구하는 랭킹 페이지. /오늘 사진은 모두 지구랭 제공.

※기사 내 링크는 서울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지구용 레터에서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다뤘는데요. 대나무칫솔·샴푸바·샤워타올·수세미·월경용품...참 많았습니다. 빨대도 스테인리스·종이·유리·실리콘 종류별로 리뷰를 했었고요. 그런데 언제나 미지와의 조우였고 제품 퀄리티가 괜찮은지, 내 몸과 생활습관과는 잘 맞는지 참 복불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일이 검색하기 귀찮아서, 혹은 바이럴마케팅 당할까봐 후기도 잘 안 찾아봤고요.


그런데 친환경제품 후기만 모아볼 수 있는 플랫폼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지구용이랑 어렸을 때 헤어진 자매 같은 이름, 지구랭(홈페이지)입니다. '지구를 구하는 랭킹'이라는 뜻. 지구랭을 운영하는 헤헤님(유혜현님)과 메이님(이지은님)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정직한리뷰단, 신뢰와 연대

메이님(사진 왼쪽)님과 헤헤님은 원래 같이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던 선후배 사이였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시기에 비대면스타트업 정부지원사업에 기획안이나 내보자, 했다가 덜컥 붙어버려서 퇴사하고 창업한 사례.




헤헤님이 원래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많았고 많이 써봤는데 그만큼 실패도 많다보니 "화딱지가 나서" 이런 사업을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제품별, 중요한 속성별로 실제 소비자들이 직접 점수를 매기면 어떨까? 그렇게 지구랭이 출발한 거죠.


한편 메이님은 헤헤님이 추천해주는 제품을 종종 써봤는데 생각보다 좋은 상품들이 많단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검증 안 된 제품에 도전해볼 의향까진 없었고요. "친환경 소비자들이 쇼핑에 실패하면 안 되는데, 첫 경험이 좋아야 다음으로 이어질텐데"란 생각에 지구랭을 통해 잠재적 소비자들의 허들을 낮춰주자는 생각을 하게 되셨다고.


그럼 친환경 제품에 대한 평가는 누가 하느냐. 지구랭은 꾸준히 '정직한 평가단'을 꾸려서 리뷰 작성을 의뢰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리뷰’하면 수많은 네티즌들을 울게 만드는 그런 광고성 리뷰가 제일 먼저 떠오르니까 당연히 의심을 했습니다. 에디터의 질문에 메이님과 헤헤님은 이렇게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헤헤님 :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지구랭 플랫폼에만 최대한 솔직하게 적어달라고 부탁드립니다. 리뷰단 신청 단계부터 신청한 이유도 들어보고, 소셜미디어가 광고성 콘텐츠로 채워져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보고요. 그렇게 직업적인 리뷰어들을 거릅니다."


▷지구용 : 그렇지만...공짜 제품에 대한 리뷰는 아무래도 후하지 않습니까?


▷헤헤님 : 우리는 광고를 위한 리뷰가 아니고, 평가단의 리뷰가 다음 사람의 '처음'을 만들 수 있으니까 최대한 솔직히 써달라고 손편지도 적어서 보내드립니다. 그런 취지에 실제로도 공감을 해주시는 것 같고요. 리뷰 30자만 쓰셔도 되는 걸 몇백자씩 써 주십니다. 포토리뷰는 의무가 아닌데도 샴푸바로 머리 감는 사진을 찍어서 올려주기도 하시고요.


▷메이님 : 협력과 연대로 신뢰를 만들자는 게 저희 모델입니다. 실제로 번호까지 매겨가면서 리뷰를 쓰시더라고요. 심지어 원래 리뷰가 300자까지였는데 모자라다고들 하셔서 1000자까지 늘렸습니다. 리뷰를 읽을 때마다 인간의 선의란 걸 믿게 됩니다. 그리고 지구를 지키는 체험, 기여, 효능감에 목말라있는 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도와줄 준비, 행동할 준비가 되어있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메이님과 헤헤님은 인터뷰 중간중간 "정말 이상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이렇게 선의로 가득한 소비자들이 많을 줄은 몰랐는데 정말 이상하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우릴 이렇게 아껴주다니 이상하다고요. 지구용사들은 참 다정합니다.


"아빠, 오늘부터 고체치약 쓰자"

훈훈한 이야기 하나 더. 지구랭은 오프라인 마켓도 자주 참가하는데요. 최근 1년 사이 되게 눈에 띄는 현상이 있다고 합니다. 초등학생 자녀가 지구랭 부스로 부모를 끌고 와서 왜 대나무칫솔을 써야되는지, 고체치약은 뭔지 막 설명을 해준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구나, 싶었습니다.


고민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랭킹이란 취지는 좋은데, 쇼핑몰과 함께 운영한다는 데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커머스 모델이 소비를 부추겨서 좋은 취지를 가린다'는 겁니다. 그치만 헤헤님은 "오프라인 제로웨이스트샵에 모든 제품이 모여있지는 않고, 지구랭에서 각각의 브랜드 사이트로 연결만 해 준다면 결국 배송도 각각 받게 됩니다(택배 박스+포장재 쓰레기+택배차 탄소배출). 결국에는 리뷰도 개별 쇼핑몰로 흩어지고요. 저희는 한 박스 안에 넣어서 보내드리고 리뷰도 모여 있습니다." 메이님도 "커머스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덧붙이셨어요.


에디터들도 매우매우 공감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친환경 제품 소개가 쓸데없는 소비를 부추길 가능성과 친환경 시장, 스타트업들의 성장 사이에서 언제나 고민을 해왔으니까요.



줄리안님이 들고 있는 돌돌JEAN 노트북가방(왼쪽)과 판매 부스의 센스 터지는 문구.

지구랭은 이제 '돌돌JEAN 프로젝트'를 이을 후속 프로젝트를 고민 중입니다. 작년부터 진행한 돌돌JEAN 프로젝트는 입지 않는 청바지를 기부받아서 노트북 가방&파우치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인 할리케이(지구용 인터뷰 다시 읽기)와 협업했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님이 홍보대사로 활약해 주셨습니다(TMI : 헤헤님은 줄리안님이 환경에 너무나 진심이고 열심인 사람이라고,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증언하기도).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메이님과 헤헤님은 청바지가 안 모일까봐 일찌감치 플랜B(아파트 이웃들한테서 모으자 등등)도 준비해놨는데 웬걸, 매일 출근하면 청바지가 잔뜩 쌓여있는 겁니다. 기부하는 분들이 젤리랑 홍삼이랑 손편지까지 써 주시고요. 그렇게 모인 청바지 660벌로 총 200개의 제품을 만들어서 전부 판매 완료. 그러다보니 의류회사에서 협업 제안도 들어와서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특정 고교 학생들의 청바지 기부가 많아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경기도 파주의 한 고등학교 환경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돌돌JEAN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신 덕분이었습니다. 환경 교육 현장에서도 거대담론이 아닌, 삶에 맞닿은 교육을 많이 고민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구랭도 업사이클이든 뭐든 소개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교육 도구를 만들면 어떨까, 기부를 받은 물품으로 업사이클 체험 키트를 만들고 아이들이 그 키트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볼까 생각 중이시라고 합니다. 무슨 물건을 어떻게 업사이클하면 좋을까요? 아이디어가 퍼뜩 떠올랐다면 언제든 이메일이나 '들어줘요 지구용(링크)'으로 알려주세요. 메이님 헤헤님께 잘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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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는→https://url.kr/use4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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