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찾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층 ‘테니스메트로’.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 마자 가로로 길쭉한 테니스 매장이 펼쳐졌다. 매장 내부는 다음날 정식 개장을 앞두고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옆으로는 관련 용품을 다루는 르꼬끄 스포르티브, 디아도라, 세르지오 타키니 매장이 함께 위치했다. 그야말로 테니스 존이라 불릴 만했다.
가운데 마련된 라켓 라운지는 스트링 머신을 갖췄다. 이를 통해 알맞는 스트링을 원하는 탄성으로 설정할 수 있는 ‘스트링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트링이 끼워진 채 출고되는 일반적인 시중 제품과는 다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전문가 상담을 통해 취향에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는 컨설팅도 가능하다. “마니아층을 노렸다”는 김상헌 롯데백화점 스포츠부문 치프바이어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용품 라인업도 세 가지로 구분했다. 목표 수요층을 세분화해 라인업을 구성한 것이다. 입문자부터 마니아까지 넓은 범위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뿐더러 그간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았던 브랜드도 상당수 들여왔다.
더 이색적인 공간은 따로 있었다. 매장 한 켠에 마련된 테니스 코트였다. 롯데백화점은 이 공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단순히 매장 바닥을 칠해 흉내를 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야외 코트와 동일한 바닥을 시공해 정식 경기장에 가까운 규격과 시설을 갖췄다. 김 치프바이어는 “매장 위치를 찾는 데 3개월이 걸렸다”고 전했다. 기둥이 없는 공간을 선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식 개장을 하루 앞둔 이날엔 테니스 동호회가 매장을 찾아 직접 경기하기도 했다. 지금은 레슨만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동호인이 경기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나갈 예정이다. 브랜드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패션쇼를 여는 등 이색 행사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도 있다.
테니스는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롯데백화점은 테니스 용품 시장의 규모가 골프 대비 2%정도에 불과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현재는 미약한 크기지만 그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는 뜻도 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그간 마트나 백화점 등 유통사가 실내에 테니스 매장을 연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매장에 상당한 공간을 할애했다. 매대와 라켓 라운지, 코트의 세 공간으로 나눠진 테니스메트로 매장은 150평 규모로 설계됐다. 기존 백화점에선 5개 정도의 매장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그만큼 많은 매대를 포기했다. 일단 매장으로 고객을 불러들여 체류시간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를 의식해 매대를 늘리는 대신 체험 요소를 가미하는 등 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리는 모습이다.
앞서 신세계백화점이 강남점에 라운지형 골프클럽을 마련해 스윙 체험을 가능하게 한 것도 같은 취지다. 신세계는 강남점 골프관을 2월 재단장해 운영중이다. 백화점 업계에서 유일한 직영 골프 매장일 뿐더러 제품을 직접 체험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시타실’도 갖췄다.
신세계는 시타실에 볼탄도 추적기 '트랙맨'을 도입했다. 미국프로골프(PGA) 등에서 선수들의 스윙 분석용으로 사용되는 장비다. 트랙맨 데이터를 사용하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스윙분석이 가능하다. 스피드와 비거리, 클럽의 수직·수평 각도 등 다양한 정보가 제공된다.
총 300여평 규모에 PXG, 지포어, 제이린드버그를 비롯해 세계 시장 최초로 BOSS 골프까지 한 데 모았다. 이에 강남점 골프 전문관은 오픈 한 달 동안 전년 동기 대비 35.8%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 점포 골프 장르 매출 성장률(14.1%)보다 두 배가 넘는 결과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금껏 오프라인에서 접할 수 없었던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와 신세계 직영 골프샵의 차별화된 시타실 등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