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떨게 만드는 中의 자원 무기화 [윤홍우의 워싱턴 24시]

"中 협조 없으면 전기차 성공 못해"
바이든 핵심 참모 '광물 전쟁' 사활
韓 첨단산업 中광물 의존 절대적
'자원 무기화' 타깃 가능성 늘 염두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국가 광물 분포도/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앞두고 유럽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굉장히 취약한 위치에 있습니다.”


존 포데스타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은 이달 초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린 ‘셀렉트USA(Select USA)’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밝히며 중국의 위협에 맞서 미국이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총괄하는 그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에 호되게 당했던 유럽과 미국의 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건 및 중국 견제에 주력했던 바이든 정부가 최근 ‘광물 전쟁’으로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않고는 기후변화 대응은 고사하고 중국의 공급망에 노예가 될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체 핵심 광물의 80% 이상이 한 국가인 중국에서 가공된다”며 “에너지 공급망이 1970년대의 석유나 2022년 유럽의 천연가스처럼 무기화될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와 언론들 역시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비록 제조업이 취약했을지라도 원천 기술과 장비 분야에서 미국이 확고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던 반도체 산업과 달리 광물 분야는 전방위에 걸쳐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중국이 없는 세계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기사에서 “서구의 수십억 달러 투자에도 불구하고 채굴, 기술자 교육, 대규모 공장 건설 등에 중국이 너무 앞서 있어 나머지 세계가 중국을 따라잡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중국이 지배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데 이어 광물 시장의 가격 결정력까지 확보한 상태라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스콧 케네디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중국과 어떤 형태로든 협력하지 않고는 전기차에서 성공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거듭되는 압박에 발끈해 중국이 광물 수출을 무기화할 경우 그 여파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는 최근 미국과 인도태평양 동맹들 간의 광물 협력이 절실하다고 주장하면서 공급망 취약 사례로 2021년 한국의 ‘요소수 사태’를 지목했다. ASPI는 “중국의 요소수 수출제한 이후 한국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수백만 대의 디젤 트럭과 자동차의 운행이 중단될 가능성에 직면했다. 그토록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재료가 일상생활과 국가 경제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정으로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핵심 광물 신(新)공급망 구축을 위한 동맹 규합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 통상 전문 매체 인사이드US트레이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달 말 열리는 무역기술위원회(TTC) 4차 회의에서 미·EU 간 광물 협정을 맺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IRA의 전기차 세제 혜택에 불만이 큰 유럽을 달래는 한편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광물 공급망 구축에 시동을 거는 것이다. 미국은 이에 앞서 일본과도 별도의 광물 협정을 맺었으며 호주·캐나다·남미 등에서 중국을 대체할 가능성을 찾고 있다.


미중 간의 이 같은 광물 패권 전쟁은 한국의 첨단산업에도 경종을 울린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배터리 분야는 물론 첨단산업 곳곳에서 중국 광물에 대한 의존도가 거의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한미일 3국 간의 안보 협력이 점점 끈끈해지는 가운데 이를 달갑지 않게 보는 중국이 ‘약한 고리’로 한국을 겨냥할 가능성은 언제나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네시스조차 중국산 광물이 들어간 배터리를 사용해 IRA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이는 한국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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