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린이 스윙 본 AI 최경주 "왼쪽 골반 높여야"

SKT 오픈서 공개 AI 최경주 레슨 받아보니
관절 단위 자세 분석해 전라도 사투리로 조언
30시간짜리 2D 영상만으로 최경주 3D 복원
‘복원형 AI휴먼’ 첫 상용화…중계에도 도입
시간·비용·데이터 절감…라방 등에 확대 검토

SK텔레콤 오픈 2023이 열린 18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클럽에서 AI 최경주가 기자의 스윙 자세를 분석해 평가하고 있다. 사진 제공=SK텔레콤

“제가 봤을 땐 올바른 회전을 방해해 가파른 백스윙을 하게 되고 다운스윙 시 상체가 목표 쪽으로 덤벼들어 낮은 탄도의 볼과 거리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KPGA ‘SK텔레콤 오픈 2023’이 개막한 18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클럽에서 만난 ‘인공지능(AI) 최경주’는 골프 무경험자인 기자가 어설픈 스윙으로 공을 빗겨치는 모습을 지켜보고 5초 후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같이 조언했다. “왼쪽 골반을 살짝 높여달라”는 조언대로 시도한 두 번째 샷에서는 처음보다는 확실히 질 높은 타구를 날릴 수 있었다.



SK텔레콤 오픈 2023이 열린 18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클럽에서 한 관계자가 ‘AI 최경주 원포인트 레슨’을 시연하고 있다. 제주=김윤수 기자

스크린골프장처럼 마련된 ‘AI휴먼 원포인트 레슨’ 체험장에서 키오스크 속 AI 최경주는 여러 센서를 통해 체험자의 스윙 자세를 관절별로 구분해 파악한 후 “상체가 우측으로 기울지 않게 하라” “클럽 본연의 높이가 증가돼 슬라이스가 날 수 있다” “제자리에서 회전할 수 있도록 연습하라”는 식으로 맞춤 코칭과 점수 평가를 해줬다. 최경주 선수 특유의 전라도 억양도 그대로 따라했다. 현장에서 만난 KPGA 누적 상금랭킹 상위권의 박상현 선수도 AI 최경주를 직접 접하고는 “앞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른 ‘감’, 즉 더 정교한 데이터까지 AI가 분석해준다면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상현 선수가 18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클럽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 2023’ 1라운드를 마치고 골프와 AI 기술 접목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SK텔레콤

AI 최경주는 복원 방식으로 국내 처음으로 상용화된 ‘AI 휴먼’이다. 다른 AI 휴먼처럼 전용 스튜디오에서 실제 사람의 360도 전(全) 방향 사진을 찍거나 가상인간 수아·로지처럼 제작자가 한땀한땀 만드는 방식과 달리 30시간 분량의 실제 최경주 선수 영상에 담긴 평면 이미지를 입체 복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제작 기간은 1개월 남짓이다. 제작에 필요한 기간과 학습 데이터를 크게 줄인 건 물론 전용 스튜디오가 필요 없어 비용도 낮출 수 있었다. 유명인을 모티브로 하기 때문에 가상인간처럼 유명해지기 위한 별도 마케팅도 필요없다. SK텔레콤은 계열사 SK스토아와 협업해 라이브커머스(생방송 쇼핑)에 활용하는 등 AI 휴먼 기술의 상용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 오픈 2023이 열린 18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클럽에서 박희상 SK텔레콤 스포츠콘텐츠기획팀장이 AI 최경주의 기술 원리와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SK텔레콤

AI 최경주는 대회 중계에도 도입됐다. 매 라운드 선수들의 성적을 정리해주고 이를 통해 우승후보 예측 같은 해설도 가능하다. 대회가 벌어지는 필드 옆 33㎡ 남짓한 컨테이너 공간에 마련된 SK텔레콤 ‘AI미디어센터’에서는 PD 등 10여명의 인력이 AI 최경주 중계와 AI 하이라이트 등 방송에 나갈 다양한 영상을 검수·보정하느라 방송사 중계실만큼 바빴다. SK텔레콤은 이번 골프대회에서 AI 모델 에이닷(A.)을 적용해 개인별 성격에 맞는 아이스크림을 추천·주문해주는 팝업스토어도 운영해 갤러리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SK텔레콤 오픈 2023이 열린 18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클럽에 마련된 AI미디어센터에서 피디와 직원들이 AI 최경주 중계 등 AI 영상을 검수·보정하고 있다. 제주=김윤수 기자

SK텔레콤 오픈 2023이 열린 18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클럽에 마련된 에이닷 팝업스토어에서 한 방문객이 성격별 아이스크림을 추천해주는 AI 젤라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SK텔레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