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G7의 디리스킹 대중전략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안보協 신설 등 합의한 美·EU
對中 전면 단절 아닌 위험관리 방점
한국도 차이나 리스크 갈수록 커져
공급망 재편 참여·대화 병행 필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가 보다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핵군축·비확산,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기후변화·에너지·환경 등 다양한 내용이 논의됐지만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의제는 G7 국가들의 대(對)중국 전략이다. G7은 첨단 반도체 등 중국이 군사력 증강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의 수출 통제, 자원을 무기화하는 중국의 ‘경제적 위압’에 대한 공동 대응 등 동맹 강화를 통해 첨단산업에서 중국을 철저하게 봉쇄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강경한 입장이 중국과의 단절, 즉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점은 유럽연합(EU)뿐 아니라 미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3500억 달러가 넘는 대중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수치 목표를 제시하는 사실상의 관리무역을 시행했지만 코로나19 발발 이후 중국의 저조한 이행으로 유야무야됐다. 이후에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져 지난해 미중 간 교역 규모는 사상 최대치에 육박하는 6890억 달러(3830억 달러 적자)에 달했다. 전체 수출의 7%, 수입의 20%를 중국에 의존하는 EU에도 배타적인 경제 진영 구축은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에 국가별로 미국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EU의 대중국 전략이 어느 정도 조율됐다. 양국은 중국의 체제 위협이 엄존하지만 ‘전면적 관계 단절(decoupling)’이 아닌 ‘외교적·경제적 디리스킹(de-risking·위험 감축)’과 ‘다각화’가 가장 중요한 전략적 대안이라는 데 합의했다. 이는 미국이 가치 동맹을 앞세워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배제하는 데 주력해온 것과 명확하게 다르다.


디리스킹은 미국의 기술 패권과 안보 유지를 위해 반도체·2차전지·바이오·인공지능(AI)·양자 등 핵심 분야에서의 선별적·기능적 디커플링은 유지하되 대립이나 충돌을 막기 위해 미중 간 경쟁을 관리하고 협력하기 위한 개방적인 소통을 병행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G7이 반도체 등 공급망 강화와 경제적 강압에 대항하기 위한 경제안보협의체 신설에 합의한 것도 단절보다는 위험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복원된 외교 채널은 중국의 정찰풍선 사건으로 중단됐지만 최근 제이크 설리번 미 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의 오스트리아 빈 회담을 통해 재개됐다.


G7이 합의한 대중국 전략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한국은 교역의존도가 높으면서 동시에 취약한 공급망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북핵 위협이 상시화돼 있기 때문에 안보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이기도 하다. 또 반도체 경기 부진과 미중 패권 전쟁으로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15개월째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 강화, 한일 관계 복원 등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됐지만 미국과 일본에 치우친 외교 정책으로 대중국 리스크는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디리스킹’과 ‘다각화’는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 정책이 될 수 있다.


경제안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핵심 분야 기술 확보와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탄력적 공급망 재편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는 접근 방식과 범위 면에서 지난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과 전혀 다르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산업구조와 정책 변화를 반영한 접근이 필요하다. 양국 간 산업구조의 보완성이 빠르게 변하고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화·프리미엄화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우리는 중국의 분풀이 대상이 돼서도 안 되고 미국의 아바타가 돼서도 안 된다. 대화와 소통을 강화해 한국과 함께하는 ‘위드 코리아’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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