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앞으로 5~6년 내 반도체 패키징 영역에 글라스(유리) 기판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가 글라스 기판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이 분야에 선행 투자를 단행한 SKC(011790)가 수혜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APJ 패키징 라운드 테이블’ 기술 행사에서 글라스 기판 기술을 소개하면서 “2020년대 후반에 유리 석영 기판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지속적인 반도체 성능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동안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글라스 기판이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기는 했지만 인텔과 같은 글로벌 업체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향후 도입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여기서 기판은 반도체 칩이 컴퓨터와 같은 기기 내에서 마더 보드와 호환할 수 있도록 칩 아래에 덧대는 부품이다. 지금까지 이 기판은 플라스틱 형태였다. 유리 섬유와 에폭시를 섞은 ‘코어’층 위에 구리 회로와 절연막을 겹겹이 쌓아 만든다. 현재 주로 쓰이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플립칩-칩사이즈패키지(FC-CSP) 등이 모두 플라스틱 기판의 예다.
다만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 회로 모양이 점점 복잡해지고 얇아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기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플라스틱 기판은 초미세 회로를 얹기에는 표면이 거칠어서 칩의 고유 성능 저하에도 영향을 준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그러면서 등장한 대안이 글라스 기판이다. 유리로 만들어진 글라스 기판은 플라스틱 기판보다 표면이 매끈해서 고성능 칩을 위에 얹었을 때(실장) 성능이 배가될 수 있다. 기판의 두께도 기존보다 4분의 1 이상 더 얇게 만들 수 있어 실장 면적 줄이기에도 도움을 준다. 전력 소모량도 기존보다 절반 이상 낮출 수 있다. 글라스 기판은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지만 구현이 되면 기판 업계의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텔의 글라스 기판 도입 선언에 따라 이 분야 선도 기업으로 꼽히는 SKC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에서 2억 4000만 달러(약 3000억 원) 규모를 투자해 2024년 글라스 기판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또한 2단계 투자에 3억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2030년 매출은 16억 1000만 달러(약 2조 1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라스 기판이 표준화되면 일본 이비덴이나 삼성전기 등 기존 기판 사업자들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