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과 독일은 ‘가치 파트너’

[김홍균 주독일대사]
우크라전 계기로 대외정책 바꾼 獨
보편적 가치 공유 국가와 관계 강화
숄츠 총리, 콜 이후 30년만에 방한
韓獨관계 한층 더 업그레이드 기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외교 전략인 ‘글로벌 중추 국가’는 대한민국이 자유·인권·민주주의·법치등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및 지구적 차원에서 우리 위상에 걸맞은 기여와 역할을 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유럽보다 국제 관계에서 가치외교의 중요성을 더 절실히 느끼는 곳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특히 독일에는 그야말로 정신이 번쩍 드는 시계 알람이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유·인권·법치주의 등 가치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에 대한 권위주의 국가의 정면 도전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간 1·2차 세계대전의 경험으로 대외 정책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독일이 이전과는 달리 전향적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시대 전환(zeitenwende)’을 선언하고 국내 정책뿐 아니라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대외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은 독일이 기존의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틀을 뛰어넘어 인태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독일은 2020년 9월 발표한 ‘인태 정책 가이드라인’에서 이미 한국·싱가포르·호주·일본을 역내 가치 파트너로 명명했다.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는 처음으로 지역 안보 구상인 ‘자유·평화·번영의 인태 전략’을 발표하고 독일을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 규정했다. 우리의 인태 전략 발표과 관련해 독일 정부도 인태 지역에서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 국가가 늘어난 것을 기뻐하면서 우리와의 협력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3월 우리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담대하고 용감한 결단을 높이 평가하면서 인태 내 독일의 대표적 가치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 간의 미래지향적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한국과 독일은 이제 단순히 양자 협력을 넘어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강화하고 인태에서 새로운 협력을 발굴할 수 있는 핵심 가치 파트너이자 우방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교의 꽃은 단연 정상 간 교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11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에 이어 21일 숄츠 총리의 방한은 한국에 대한 독일의 높은 관심과 양국 간 긴밀한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양자 회담을 위한 독일 총리의 방한이 1993년 헬무트 콜 전 총리 이후 30년 만에 이뤄진다는 사실도 의미가 깊다.


올해는 한국과 독일이 1883년 외교 교류를 개시한 지 140년이 되는 해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한국 정부가 우리 광부들을 독일에 파견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분단의 아픔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한국과 독일은 이제 전통적인 외교·안보 분야 외에 첨단 기술 및 미래 산업 분야에서도 높은 협력 잠재력을 지닌 핵심 경제 파트너이기도 하다. 양국은 사이버 안보, 디지털 전환, 핵심 기술(수소·인공지능·퀀텀 등), 기후변화 및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해나가고 있다.


한독 관계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우리가 함께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보편적 가치들이다. 국제사회의 지정·지경학적 변혁 속에서 보편적이고 핵심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연대는 필수적이며 그런 의미에서 서로에게 소중한 가치 파트너인 한독의 협력은 더욱 중요하다.


숄츠 총리의 방한 이후 한독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가치 파트너’로서 또 다른 140년을 어떻게 설계하고 이뤄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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