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이 발전하려면 기업·대학·연구소·병원·금융기관 등이 어우러진 생태계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생태계는 가족에 비유할 수 있어요.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일에 집중하는 가운데 서로 협력해야 좋은 가정이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모르데카이 셰베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석좌교수(전 부총장)는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바이오 산업은 큰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생태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벤처기업부터 대기업·대학·연구소·병원뿐 아니라 투자를 담당할 금융기관까지 한데 모여 협력해야 바이오를 국가 핵심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목표에 보다 효율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이다.
셰베스 석좌교수는 와이즈만 연구소 기술이전 부총장을 지내고 예다(YEDA) 이사장을 지낸 학자로 실험실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산업계에 이전하는 분야에서 특히 많은 경험을 쌓았다.
셰베스 석좌교수는 생태계를 오케스트라에도 비유하고 생태계 구성 요소 중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태계 구성원은 좋은 오케스트라처럼 함께 연주해야 한다”며 “만약 오케스트라에 일부 악기가 빠져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면 오케스트라 전체의 기능이 상실된다”고 지적했다.
셰베스 석좌교수는 한국이 이스라엘의 바이오·생명공학 생태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스라엘 생태계가 강력한 첫 번째 이유를 대학에서 찾았다. 그는 “이스라엘의 대학은 매우 우수한 연구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졸업 후 산업계 혁신을 이끌 대학원생을 키운다”며 “아울러 대학은 기업을 상대로 효과적인 기술이전 활동을 하며 생태계 혁신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이스라엘 정부가 스타트업에 적절한 재정 지원을 하고 위험을 공동 부담하는 방식으로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 결과 현재의 바이오·생명공학 생태계가 탄생했다고 셰베스 석좌교수는 설명했다.
강력한 산학연 생태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과학기술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실패를 성공으로 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좌절 없이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문 분야에서는 기초과학이 응용과학보다 중요하다고 셰베스 석좌교수는 봤다. 그는 “기초과학 연구는 대부분 호기심을 기반으로 시작되는데 여기서 이뤄진 발견을 응용과학으로 성숙시켜 환자와 시장에 내보내는 것인 만큼 기초 연구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직 호기심과 자유로운 연구만이 돌파구 발견의 기반”이라며 “바이오 분야에서는 장차 신약이 될 새로운 화합물이나 치료 기전이 기초연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셰베스 석좌교수는 “과거 한국의 생명공학은 내수와 이웃 국가 수출을 위한 복제약 위주였고 생존을 위해서는 세계 진출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10여 년 전에 지나지 않는다”며 “바이오의 세계에서 10여 년의 시간은 성과를 내기에 너무 짧지만 앞으로는 신약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혁신 경험을 쌓아야만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셰베스 교수는 “한국은 바이오와 정보기술(IT) 융합 분야에 집중하되 전통적인 신약 개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한국은 신약 분야에 분명한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