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국가 자격시험 답안지를 착오로 파쇄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단은 응시생에게 추가 시험 기회를 주겠다는 방침이지만 국가 자격시험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성이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인력공단에 따르면 4월 23일 서울 은평구 연수중학교에서 치러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 시험 응시자 609명의 답안지가 채점 전에 모두 파쇄됐다. 당시 실기 시험은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종목에서 치러졌다.
사고 경위를 보면 당일 시험을 치른 직후 공단 서울서부지사에는 18개 시험장의 답안지가 포대에 담겨 옮겨졌다. 답안지는 모두 금고에 보관해야 하는데 17개 시험장의 답안지만 입고됐다. 연수중 시험지는 직원의 실수로 금고 옆에 있는 창고로 옮겨졌다. 이튿날 금고 안의 답안지는 다른 지역에 있는 채점실로 보내졌다. 채점실 관계자는 18개 시험장의 답안지 중 누락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결국 전국에서 이 시험을 본 15만 1797명 가운데 609명이 공단의 잘못으로 시험을 다시 한 번 치러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놓였다.
공단은 609명의 응시생 전원에게 개별적으로 사과하고 불이익이 없도록 추가 시험 기회를 줄 방침이다. 추가 시험은 다음 달 1~4일 또는 24~25일 중 선택할 수 있다. 또 공단은 시험 비용 지원뿐 아니라 추가 보상안도 검토한다.
공단의 허술한 자격시험 관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력공단 상급인 고용부는 2021년 치러진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의 난이도·채점 관리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사건은 당시 세무사 시험 응시생들로부터 시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공분을 샀다. 공단은 당시 후속 대책으로 국가 기술자격 공정성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 어수봉 인력공단 이사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공기관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저와 책임자는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고 사과했다. 고용부는 공단에 대한 감사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