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자유시장경제 역행하는 단통법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올해는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이 2014년 10월 시행된 지 10년 차를 맞는다. 단통법은 차별 없이 일정한 보조금을 주기 위해 통신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공시지원금 외에 판매점의 보조금을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전 휴대폰 구입은 부르는 게 값인 ‘복불복’의 구조였다. 기기 가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찾기 어려운 환경에서 판매점마다 보조금을 책정하는 기준이 달랐고 가격 차이에 따른 지출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단통법은 이러한 소비자와 판매점 간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들쭉날쭉했던 보조금과 판매 가격 문제는 완화됐지만 지원 금액의 한도가 생기면서 통신사들 간 경쟁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결국 소비자들은 모두 평등하게 휴대폰을 비싸게 구매하게 됐다. 정부·정치권이 통신사에 가계통신비 완화 대책을 주문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한시적 데이터 적선에 불과하다. 단통법은 이렇게 소비자와 통신사 간 불공정을 만들어냈다.


지금 단통법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우선 소비자가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통 플랫폼 등을 통해 손쉽게 가격을 비교하고 공유할 수 있어서다. 기술의 발달로 정보 비대칭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단통법으로 정해진 같은 가격에 모든 소비자가 구속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휴대폰 가격 억제 요인도 줄었다. 2021년 LG전자(066570)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을 중심으로 한 사실상의 과점 체제로 재편됐다. 과점 체제에서 기업이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만 내리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통신사들의 보조금 인상 경쟁을 유도하고 국민의 가격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단통법 폐지가 필요하다. 지난 3년간 통신 3사가 영업이익 12조 원 이상을 쌓을 동안 국민의 주머니는 그만큼 가벼워졌다.


불법 보조금이 암암리에 오가는 암시장인 일명 ‘휴대폰 성지’가 유지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는 판매점 30곳의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해 총 1억 104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단통법 시행 10년 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불법 보조금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단통법은 소비자가 정당한 권리로 기기를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가격을 선택하는 대신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장소를 전전하게 만들고 있다. 법이 주인 행세를 하고 국민은 이를 피해 다니는 촌극이나 다름없다.


단통법은 세계 유일의 단말기 보조금 규제법이다. 경쟁 없는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가격 부담을 늘린다. 독과점 기업은 국가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며 부패를 유발한다. 소비자는 가격을 비교해 선택할 권리가 있고 정부는 그럴 기회를 부여할 책임이 있다. 국민의 권리와 기회를 제약하는 법이 있다면 그것이 곧 ‘규제’다. 단통법은 선의로 포장된 규제에 불과하다. 유통기한이 끝난 법을 폐기하고 자유시장에 적합한 새로운 경쟁 체제를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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