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산하 공공기관을 경기 북부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지 3년이 지났지만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관련 지자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도는 일정에 맞춰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정작 세부적인 논의를 해야 할 지자체와의 소통 부재로 일부 공공기관은 이전 일정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기도에 따르면 앞서 도는 산하 공공기관 27곳 중 15곳을 경기 북부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중 4곳(경기도농수산진흥원·경기교통공사·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 이전을 완료했고 11곳이 이전을 앞두고 있다. 11곳 중 3곳은 임대를 통해 이전하고 8곳은 청사를 신축할 계획이다.
세부 일정을 보면 △경기도사회서비스원(2023년, 여주) △경기도여성가족재단(2024년, 이천) △경기연구원(2025년, 의정부) △경기주택도시공사(2026년, 구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2027년, 파주) △경기도일자리재단(2027년, 동두천) △경기복지재단(2028년, 안성) △경기관광공사·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경기문화재단(2028년, 고양) △경기신용보증재단(2029년, 남양주) 등이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 경기도 및 산하기관 등이 참여하는 실무협의회 운영이 중단되면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파주시는 2025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도는 2027년으로 계획을 확정짓는 등 황당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파주시의 한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 실무협의회를 개최하고 이전 부지까지 확정한 뒤 진척이 없어 경기도를 찾아갔지만 별다른 답변을 얻지 못했다”며 “파주시장이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빠른 이전을 촉구했는데 2027년 이전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남양주시의 한 관계자도 “지난해 상반기 이후 도나 경기신용보증재단 모두 향후 일정 등에 대해 아무 얘기가 없다”며 “지역 발전을 목적으로 시와 주민들 모두 치열하게 경쟁해 산하기관을 유치했는데 모두 허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에 따른 예산 확보도 풀어야 할 과제다. 200여 명의 인력이 근무하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전에는 연구실 장비 등을 옮기는 데만 수백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파주시 야당동 일대 12만㎡ 규모 부지 매입비와 건축비 등을 모두 포함하면 1500억~2000억 원의 이전 비용이 확보돼야 한다.
도는 광교비즈니스센터를 매각하고 도 예산을 이부 지원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매각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산 가치가 큰 신도시 부동산인 만큼 매각이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청사를 신축해야 하는 나머지 7개 기관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와 경기도, 공공기관이 어떻게 비용을 분담할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보니 협의회를 운영할 명분이 없는 상황”며 “경기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예산 문제부터 방안을 찾고 기관과 지자체가 참여하는 대화의 창구를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각 기관마다 내부 사정이 있고 협의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이전 시기에 맞춰 예산과 분담 비용 등 논의해 나갈 방침”이라며 “경기 북부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전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