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카카오(035720)와 손잡고 인수·합병(M&A) 투자를 통해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손해보험 시장에 다시 진출한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377300)손해보험을 앞세워 국내 악사손해보험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은 조만간 카카오페이손보 지분 확보와 악사(AXA)손해보험 경영권 인수에 2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베팅할 계획이다. ★본지 5월 9일자 3면 참조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페이손보 지분 51%와 악사손해보험 지분 100% 인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 교보생명 측은 최근 삼정KPMG와 계리법인을 통해 악사손해보험에 대한 재무 실사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악사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먼저 카카오페이손보 지분 확보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손보의 기업가치를 약 15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약 760억 원어치의 구주를 인수하는 것이 유력하다. 이와 동시에 교보생명은 카카오페이손보 주주인 카카오와 카카오페이와 함께 자본금을 3500억 원으로 키우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악사손보 인수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악사보험그룹은 교보생명에 최초 악사손보 지분 100%의 가치를 4000억 원대로 제시했으나, 양측은 최근 3500억 원 수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과 카카오가 악사손보를 인수하기 위해선 각각 최소 17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양사는 카카오페이손보의 증자와 악사손해보험 인수는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이 카카오와 함께 악사손보를 인수하는 배경은 보험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교보생명의 오프라인 대면 영업에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 영향력과 자동차 보험 강자인 악사의 경쟁력을 더해 젊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카카오 역시 손보업 진출 1년여만에 플랫폼 영향력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존 강자인 교보생명과 손을 잡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손보는 기업 상대 상품을 내놓았지만 지난해 보험료 수익이 2억 3000만여 원에 그치고 26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기존 확보하고 있는 보험설계사 등을 대상으로 손보 상품의 교차 판매 등을 진행한다면 빠르게 카카오페이손보와 악사손보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본 것 같다”며 “카카오페이손보 입장에서도 전통 보험사인 교보생명이 가진 노하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손보 시장에서 비대면 영업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이 비대면 영업 방식의 디지털 전문사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고, 시장에서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메리츠화재도 비대면 채널을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국내 최초 온라인 보험사로 출범한 악사손보가 비대면 영업으로 실력을 쌓아온 점은 교보생명이 인수를 추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교보생명의 악사손보 인수는 14년 만에 매각했던 계열사를 되찾아 온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악사손보의 전신은 국내 1호 디지털 보험사였던 교보자동차보험이다. 교보생명은 2009년 프랑스 악사보험그룹(AXA SA)에 교보자동차보험의 보유 지분 전량인 74.7%를 886억 원에 매각했고, 이 회사가 지금의 악사손보가 됐다.
교보생명은 이번 카카오페이손보와 악사손보 인수를 통해 지주사 전환의 동력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주사 전환과 추후 상장을 위해서는 기존 생명보험사 이외 사업 다각화가 필수적이다. 교보생명은 올해 초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디지털 전환(DT) 기반의 종합금융서비스 제공 등을 목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현재 교보증권(030610),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문고 등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과 카카오 측의 이해가 맞으면서 거래 진행에 속도가 붙은 상황”이라며 “조만간 인수 절차가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