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2일(현지 시간)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세 번째로 만났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매카시 의장이 “지금까지의 회담 중 가장 좋았다”고 밝혀 합의 가능성은 살아 있다는 평가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제시한 디폴트(채무 불이행) 날짜(X데이트)인 6월 1일까지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양측은 협상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시간 15분가량 진행된 이날 협상에서 공화당이 바이든 행정부에 예산 지출 삭감을 요구했으나 백악관 측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부자 증세’ 방안은 공화당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협상 후 취재진과 만나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본다”면서도 “우리는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실무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우리가 여전히 거기(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의회에 서한을 보내 X데이트를 재차 강조하며 “재무부가 연방정부로 날아온 청구서를 받고도 (돈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6월 15일 기업들의 분기 세금이 들어오지만 옐런 장관은 다음 달 1일 디폴트 위기를 넘긴다 해도 15일까지는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앞서 경고했다.

6월 1일까지는 열흘이 남았으나 실제로 양측에 주어진 시간은 훨씬 촉박하다. 상원과 하원의 휴회 일정이 있는 데다 매카시 의장이 하원 규정에 따라 의원들에게 72시간의 법안 검토 시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주 안에 합의안이 나와야 6월 1일 이전에 부채한도 상향 법안이 통과되며 안정적으로 디폴트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합의에 도달한다 해도 민주·공화 양당 모두 내부 단속이 만만치 않다. 공화당 내 극우 성향 의원 모임인 ‘프리덤코커스’는 협상 중단은 물론 하원을 통과한 공화당의 부채한도 법안을 그대로 상원에서 처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내 진보 진영 역시 지출 삭감에 반대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수정헌법 14조를 발동해 자체적으로 부채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