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소비의 대표 품목인 라면 판매가 최근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일반 라면 제품보다 1000~2000원가량 더 비싼 프리미엄 라면도 덩달아 판매량이 뛰고 있다. 고물가 속 ‘소소한 사치’를 누리기 위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 소비 트렌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라면업계와 유통업계는 프리미엄급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고객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특수를 누렸던 라면 시장이 최근 고물가와 경기 부진 등 경제 상황으로 또 다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 국내 면류 시장 규모가 2조 625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면류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특수로 2021년 2조 7920억 원까지 성장했다가 이듬해 2조 5900억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면서 판매량이 다시 늘고 있다. 라면업계 1위 농심(004370)의 올 1분기 국내 라면 매출은 628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5411억 원 대비 16.2% 늘었다. 삼양식품(003230)의 올 1분기 국내 매출은 87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다.
라면 수요가 크게 늘면서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입맛도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고물가로 얇아진 지갑에 저렴한 제품군 속에서 소소한 사치를 누리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프리미엄 라면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었다. GS25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3000원 이상의 프리미엄 라면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1.2% 폭증했다. 전월과 비교했을 때도 26.8% 성장했다. 프리미엄 라면의 전년 동월 대비 판매 신장률은 올 1월 183.6%, 2월 93.5%, 3월 85.4%, 4월 101.2%를 기록하며 크게 늘었다.
GS25 관계자는 “지난해 10여 종의 프리미엄 라면을 올해 20여 종으로 확대한 결과”라며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짐에 따라 막국수, 칼국수, 쌀국수, 우육면 등 새로운 카테고리의 컵라면이 출시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라면업계도 트렌드에 발맞춰 라면 제품의 구색을 넓히며 기존 제품보다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2000원까지 가격이 비싼 라면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팔도는 이달 4일 기존의 인기 제품 ‘왕뚜껑’을 프리미엄화한 ‘갓뚜껑’을 출시했다. ‘갓뚜껑 김치찌개라면’, ‘갓뚜껑 대파육개장라면’ 2종을 각 40만 개만 한정 판매한다. 컵라면 1개당 가격이 2500원으로 고가임에도 2주 만에 4만 개나 팔렸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2월 프리미엄 건면·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쿠티크’를 출시하며 ‘쿠티크 에센셜짜장’을 선보였다. 이달 초에는 ‘쿠티크 트러플 파스타’를 연이어 내놓으며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농심은 HMR 제품군으로 카테고리를 넓힌 프리미엄 면제품을 지난해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파스타랑’으로 대형마트 기준 3680원의 가격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전문 셰프와 협업해 ‘투움바 라면’, ‘오근내 닭갈비볶음면’ 등의 프리미엄 자체브랜드(PB) 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HMR을 넘어 레스토랑간편식(RMR)을 콘셉트로 프리미엄 PB 라면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