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 "대기업 따라 美·EU 진출하는 중견기업 투자 노려라"

[서경 인베스트 포럼 2023]
삼성·SK 등 해외공장 증설 계획
동반 진출 협력업체에 투자 기회
저축은행·유니콘 매물 나올수도

하병제 삼정KPMG 부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9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시장 변화에 따른 자금 조달 및 M&A 투자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미국 등 해외에 반도체·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대기업이 늘면서 현지 진출을 함께 계획하는 협력 업체에 사모펀드(PEF)의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으로 연체 비율이 치솟은 저축은행과 캐피털 및 보험사, 적자가 누적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안팎의 스타트업)’ 기업 중 일부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병제 삼정KPMG 부대표는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혁신 성장을 위한 M&A 시장 활성화’를 주제로 열린 제9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반도체·배터리 분야의 국내 그룹사들과 해외 진출을 함께 추진하는 중견기업들 사이에서 투자 기회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하 부대표는 “금융시장이 경색되며 시장은 어려운 환경을 지나고 있다”며 “PF 익스포저(노출)가 큰 저축은행 업계에서 M&A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외에 기업공개(IPO)가 연기된 일부 유니콘 기업들 중에서도 투자 유치가 필요한 곳들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업 따라 해외 진출하는 중견기업=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삼성·SK·현대차 등 대기업이 결정한 현지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30조 원) 이상으로 집계된다. 국내 대기업의 미국 투자가 늘어나면서 핵심 협력사들의 동반 진출을 위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 부대표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반도체법이 도입되며 자국 내 설비를 만들라는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대기업 핵심 파트너사들도 적극적인 현지 동반 진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국내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 일본 자동차 대기업 도요타와 함께 알루미늄박 생산 협력사인 삼아알미늄(006110)에 총 1252억 원을 투자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들 사업은 단기간 내 성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PEF로부터 외부 자금을 조달해 위험과 성과를 나누는 형태가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본 확충 나선 금융기관=최근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축소하고 PF 리스크가 증가하는 만큼 금융회사들의 자산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를 중심으로 자본 확충 필요성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그가 금융기관 중 일부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는 이유다. 하 부대표는 “지방 저축은행 중 일부는 매각 의사가 나오고 있으며 캐피털사와 자본 확충이 필요한 보험사 중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니콘 기업 IPO 지연=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투자 분위기가 급랭하면서 수년 간 몸값을 높인 유니콘 기업들은 목표했던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 부대표는 이 때문에 IPO 연기 사례가 많아졌으며 이에 따라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은 PEF의 투자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케이뱅크·컬리·오아시스마켓 등이 시장 악화로 잇따라 IPO 계획을 철회했다. 11번가·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은 외부 투자사와 약속했던 IPO 시한을 지키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는 “대주주 지분이 높은 유니콘들은 지분을 활용한 크레디트 딜(주식을 활용한 채권 발행 등) 형태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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