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닥터 쿠퍼’로 불리며 경기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구리 가격이 하락해 국내 증시의 관련 상장지수상품(ETP)들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4월 24~5월 24일) 동안 구리 가격을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구리선물(H) ETF’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구리 실물’은 각각 9.87%, 10.17%씩 하락했다. ‘삼성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18.6%)’ ‘QV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18.78%)’ 등 관련 상장지수증권(ETN)도 대부분 20% 가까이 떨어졌다.
이들 ETP의 수익률 부진은 최근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구리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 크다. 구리는 전선이나 탄약 등 전통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에도 핵심 재료로 쓰인다.
특히 국제 구리 가격은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던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은 톤당 90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지표가 지난달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어 23일(현지 시간) 구리 현물 가격은 1월 고점(톤당 9430달러) 대비 14.79% 하락한 8035.7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약 반년 만에 최저치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 최근 1년간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산업 활동이 둔화하면서 구리 재고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달러화 강세도 구리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구리는 달러화로 거래되는 탓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전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가리키는 ‘달러인덱스’는 이달 들어 2%가량 올랐다.
금융투자 업계는 당분간 구리 값이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평균 구리 가격 전망치를 톤당 9750달러에서 8698달러로 내려 잡았다. 대신증권은 향후 구리 가격이 중국 부양책의 효과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