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1분기 합계 출산율이 0.81명에 그쳐 전년 1분기(0.87명)보다 0.06명 줄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연간 합계 출산율은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의 0.78명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의 경고를 떠올리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50년까지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에 비해 34.75% 급감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2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사이 합계 출산율은 되레 1.16명에서 0.81명으로 급감했다. 역대 정부의 인구정책이 모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인구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설정과 과감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각국은 이미 전례 없이 파격적인 인구 대책을 꺼내 들었다. 세계 2위 저출산국인 이탈리아는 최근 자녀를 2명 이상 낳으면 모든 세금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은 3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의 재택근무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지역 맞춤형 정책 마련도 절실하다. 일본 오카야마현 나기초의 경우 주민들이 함께 육아에 참여하는 보육 시스템과 두터운 경제 지원에 힘입어 2005년 1.41명이었던 출산율이 2021년 2.95명까지 올라갔다.
대한민국 소멸을 막을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출산 및 육아 친화적인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보육·교육·일자리·주거 등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아직도 소수의 파견직 중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인구문제를 총괄하는 현실은 정부의 인구절벽 대처 의지를 의심케 한다. 윤 정부는 실패한 인구정책과 절연하고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 저금리 주택자금대출 등을 저출산 대책 자금으로 분류하는 예산 뻥튀기에서 벗어나 질 좋은 보육기관 설립 등 실질적인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 또 민간 기업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한편 사회 인식을 전환해 출산을 중시하는 풍토를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