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엔 저도 이자리에 없다"… 삼성 뒤집은 이재용의 한마디 [biz-플러스]

'2030년' 간담회에서 농담 던진 JY
상속세율 60% 韓에선 승계 불가능
삼성 이끌었던 다이내믹스 사라지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용산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2050년엔 저도 이자리에 없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한마디에 삼성이 술렁이고 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미래기술 초격차 확보에서만큼은 "목숨걸고 하는 것이다(2022년 중소기업인 대회)"라는 '독한' 멘트를 내놓을 정도로 '진심'이었던 이 회장이 기존과 다른 어법을 구사해서다.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2030년에 무슨 일이 전개될까'라는 주제로 사장단 간담회를 열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 사장단과 다양한 주제를 두고 일종의 난상토론 형식의 간담회를 거의 매주 열고 있는데 이번 주제는 '2030년'이었던 셈이다. 이 회장 주재로 열리는 간담회는 한 번 열리면 최소한 3~4시간 이상 진행되기 때문에 사장단들도 바짝 긴장하는 행사로 잘 알려져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2030년 현재에는 유망한 특정 기술이 2050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두고 가벼운 토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러자 이 회장이 나서 "2050년엔 저도 이 자리에 없다"며 농담을 던졌다는 것이다. 먼 미래에 무슨 일이 생길지 무슨 수로 예측하겠느냐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생산한 12나노 D램. 사진제공=삼성전자

그러나 가벼운 농담이라고는 해도 대한민국 1위 기업을 이끄는 총수의 발언인만큼 무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50년이 되면 올해 55세인 이 회장의 나이는 82세가 된다. 물론 상당한 고령이지만 최근 기대여명 증가 추세에 비추어보면 아주 많은 나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 보건복지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65세인 한국의 노인 연령 기준을 73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2021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 여명이 88세에 달해 9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의 발언은 수명 그 자체보다 오히려 향후 지배구조 측면에서 곱씹어볼만 하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최전선에서 이끌었던 삼성의 오너 경영은 이 회장 대에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세법상 상속세 최고세율은 대주주 할증을 포함할 경우 60%에 달해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만약 이 회장이 10조원 어치 지분을 자식들에게 물려준다고 가정하면 자녀들이 내야 할 세금이 6조원이라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지분을 다시 되팔지 않는 이상 개인이 마련하기 불가능한 금액이다. 이미 이 회장 일가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물려준 주식(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 삼성SDS 0.01% 등)을 상속받는데 12조 원에 이르는 세금을 물어야 했다.



삼성물산 지분 보유 현황(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나마 주식담보대출 등이 가능해서였지만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연 5~6%에 이르는 고금리를 물어가며 이같은 부담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 현재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 17.97%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세법으로 계산해보면 자녀들이 갖게 되는 지분은 7.2%로 쪼그라들게 된다. 이 회장 본인도 "더 이상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선언한 바 있다.


문제는 머지 않은 미래에 오너 경영의 장점까지 함께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과거 삼성은 경영 승계 과정에서 후계자가 미래 산업에 강력한 아이디어를 내면 선대가 이를 추인하는 방식으로 다이내믹한 발전을 이뤄왔다. 이건희 회장이 제시한 반도체 산업이나 이재용 회장이 주도한 바이오 산업이 대표적이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연합뉴스

하지만 후계 경쟁이 사라지고 삼성의 이사회 전환이 확실시 되면서 이같은 역동성이 점차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삼성그룹의 한 계열사 사장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영상 결정을 내릴 때 기업의 이익과 함께 나라의 이익을 함께 걱정하는 임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직 당장의 득실을 따지는 사례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렇기 때문에 "2050년엔 나도 이자리에 없다"는 이 회장의 발언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다고 하는 이야기가 삼성 내부에서 나오는 것이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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