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외환 부족 등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가 외환 안정화를 위해 나라 곳간을 채울 통화로 달러 대신 위안화를 택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맞닥뜨린 중남미 국가들이 위안화로 빚을 늘리면서 중국이 달러 패권에 맞서 추진하는 ‘위안화 굴기’가 강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24일(현지 시간) 세르히오 마사 아르헨티나 경제장관과 미겔 앙헬 페스세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가 29일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확장하는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번 협상은) 사전 한도가 없는 스와프 금액 범위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며 “5월 말까지 중앙은행이 협정에 서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연간 109%에 이르는 물가 상승률로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는 외환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보유액의 위안화 비율을 점점 더 늘리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9년 700억 위안(약 13조 원)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후 2020년 규모를 1300억 위안으로 확대했다. 시장에서는 해당 스와프를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해 사실상 활용되지 않을 것으로 여겼지만 지난해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440억 달러(약 58조 원)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을 이행하려 제시한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통화스와프 중 350억 위안을 발동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몇 달간 중국은 아르헨티나가 스와프 체결액 중 최대 50억 달러를 중국에서 조달하거나 현지 기업들이 외화부채를 갚는 데 사용하도록 허용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위안화 위상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이 아르헨티나와의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아르헨티나 등이 중국과의 무역 거래에서 결제 수단으로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거나 협의에 들어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미국 달러와의 경쟁을 위해 내세우고 있다”며 “많은 지역들의 최대 경제 교역국인 남미를 이를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