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가계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구당 실질 소비지출은 6.4% 늘었다. 특히 고금리 여파로 이자로 쓰는 비용이 42.8% 급증했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5만 4000원으로 전년 동기(482만 5000원) 대비 4.7% 증가했다. 사업소득(-6.8%)과 이전소득(-0.9%)이 감소했지만 고용 증가 및 임금 상승으로 고용소득이 8.6% 오르며 전체 소득 증가를 견인했다. 재산소득도 18.2% 늘었다.

단 물가 영향을 감안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에 그쳤다. 앞서 실질소득은 지난해 3분기(-2.8%) 감소세로 돌아선 후 4분기(-1.1%)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실질소득 증가율이 0%라는 것은 실질적인 구매력에 변화가 없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구매력은 변하지 않았지만 씀씀이는 커졌다.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2만 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항목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2.9%)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지출이 늘었다. 특히 음식·숙박(21.1%), 교통(21.6%), 오락·문화(34.9%), 주거·수도·광열(11.5%) 등의 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 과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예년보다 따뜻한 기온으로 외부활동은 늘어난 영향이 (지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연료비 지출도 대폭 늘었다.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연료비 지출은 16만 원으로 1년 전보다 23.5% 늘었다. 가계동향조사 대상에 1인 가구가 포함된 2006년 이후 최고치다. 연료비가 주거·수도·광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3%였다.

세금 등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은 106만 3000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10.2% 올랐다. 눈여겨 볼 것은 42.8% 급증한 이자비용이다. 연료비와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치다. 이자비용은 지난해 4분기 사상 최고치였던 28.9%의 증가율을 기록한 데 이어 불과 한 분기 만에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운 셈이다.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 여파로 이자비용까지 급증하며 가계 부담이 커진 것이다.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45배로 1년 전(6.2배)보다 0.25배포인트 상승했다. 해당 배율이 클수록 빈부 격차가 심화됐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소득 5분위 배율은 사회안전망 강화, 물가 안정 등 상방 요인과 경기 둔화 등 하방 요인이 혼재돼 향후 방향을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