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케네디스쿨 졸업축사…"연민 갖고 불의 맞서야"

젊은 세대 기후위기 적극대응 주문

하버드 케네디스쿨 졸업 축사를 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연합뉴스

“여러분들은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 혜택을 사회에 돌려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4일(현지 시간) 하버드 케네디스쿨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축사를 하며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케네디스쿨은 하버드대 공공정책전문대학원으로 행정학과 국제정치 등의 분야에서 손꼽히는 명문이다. 1984년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반 전 총장은 졸업 행사에서 축사를 한 첫 한국인으로 기록됐다.


반 전 총장은 특히 젊은 세대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류가 기후위기를 멈추지 못한다면 기후위기가 인류를 끝장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류의 실존적인 위기 문제를 우리 세대가 해결하지 못하고 젊은 세대에 넘겨주게 돼서 안타깝다”면서도 “미래의 지도자가 될 여러분은 세계를 변화시킬 힘이 있다”고 격려했다.


반 전 총장은 또 온실가스를 감축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약속한 파리협약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며 “여러분들이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맞서달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도 했다. 반 전 총장은 “러시아의 침공은 2차 세계대전 종전 때부터 지켜진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러시아 침공에 대해) 일부 국가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중립은 선택사항이 아니고 여러분이 이런 불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정의가 승리하도록 우리들도 힘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반 전 총장은 졸업생들에게 “열정과 용기는 인간의 힘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지만 연민이 동반될 때만 가치가 있다”며 “세계시민이 되고 연민의 힘을 활용하는 것은 모든 인류와 지구의 밝은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는 조언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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