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큰 손' UAE 국부펀드, K바이오에 러브콜

무바달라·아부다비투자청 등 4곳
서울서 삼바·SK바사 등과 회동
기술수출·공장·R&D 투자 기대

강석훈(앞줄 오른쪽 세 번째) 산업은행 회장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왈리드 무바달라 부총재 등 산업은행과 아부다비 대표단 관계자가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아랍에미리트·한국 소버린 투자 파트너십 포럼’을 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산업은행

전 세계 투자시장의 큰손인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들이 지난주 한국을 찾아 국내 대기업들과 잇따라 투자 등 사업 협력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동 진출을 추진하거나 투자 유치를 원하는 삼성과 SK 등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여럿이 테이블에 앉았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5일과 16일 기획재정부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아랍에미리트·한국 소버린 투자 파트너십 포럼’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카카오(035720)헬스케어 등 국내 대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경영진이 참석해 UAE 국부펀드들과 투자 협의를 진행했다.


이번 포럼에는 UAE 아부다비 소속 무바달라, 아부다비투자청(ADIA), 아부다비개발지주회사(ADQ), 아부다비투자위원회(ADIC) 등 4곳의 국부펀드가 참여했다. 각 국부펀드는 콘래드호텔 내에 독립된 공간에서 국내 기업들과 1 대 1 협의를 진행했다. 몇몇 기업은 구체적인 투자 협의도 진행한 만큼 조만간 성과가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 측에서 행사 참여를 희망하는 국내 회사로부터 신청을 받았고 몇몇 기업은 UAE 국부펀드가 직접 만남을 요청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기업 30곳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주로 해당 분야 투자에 높은 관심을 가진 ADQ와 협의를 진행했다. 카카오헬스케어 등은 정부 측에 먼저 포럼 참여를 제안해 ADQ와 접촉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현재 혈당 관리 솔루션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해외 대규모 투자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동 등에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공장 유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만큼 ADQ 측에서 먼저 관심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도 중동 여러 국가와 백신 연구개발(R&D)과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한 협력을 추진 중이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서 UAE 국부펀드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공동 R&D, 공장 건설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뿐 아니라 CJ(001040)·하림(136480)·한진(002320)·카카오엔터프라이즈·국민연금공단·한국투자공사(KIC) 등도 참석자 명단에 올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각 회사와 기관은 ADQ를 비롯해 무바달라·ADIA·ADIC 등과 두루 만났다. 사모투자 운용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IMM인베스트먼트 등도 만났다. 또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소속돼 있는 PEF협의회도 UAE 국부펀드들과 국내 PEF 출자 활성화를 위한 과세제도 개선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다만 일부를 제외하면 실제 투자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이들을 만난 투자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중동계 기관투자가는 왕실 관계자가 참여한다는 이유로 다른 외국계 기관투자가보다 보안을 더욱 중시하고 국내의 투자 관련 각종 규제에 대한 이해가 낮기 때문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UAE 국부펀드들의 경우 상호 간 높은 수준의 신뢰를 쌓기 전까지는 사업 협력이나 투자 등에 대해 인색한 특징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관계를 잘 쌓아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