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명이 모래를 높이 쌓아 막대기를 가운데 꽂는다. 막대기가 쓰러지지 않게 순서대로 모래를 가져가는 게임인데 막대기를 쓰러뜨리는 사람이 진다. 누구나 해봤던 모래 뺏기 싸움이다. 이 놀이를 치과 영역에 비유하자면 막대기는 치아, 모래는 잇몸뼈, 그리고 모래를 가져가는 손은 불량한 잇몸 위생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 놀이에서 모래의 높이가 낮아만 지고 다시 올라가지 않는 것처럼, 우리 잇몸뼈 높이도 다시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래를 가져올 때 최대한 넓게 손을 펼쳐서 가져오는데, 잇몸뼈가 내려가는 모양도 이와 같다. 문제가 생긴 치아와 잇몸뼈 주변이 넓은 U자 모양을 그리면서 내려간다. 주변 치아들의 잇몸뼈도 조금씩 같이 내려간다. 이렇게 잇몸뼈가 내려가면 모래가 없는 막대기처럼 치아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유동성이 생긴 치아들은 서로 엉키는 것 같은 모양새를 하거나 치열에서 치아 하나가 혀나 입술 방향으로 벗어날 수도 있다. 혹은 치아 사이사이에 공간이 생기면서 앞니가 밖으로 뻗어나가기도 한다. 만약 치아 사이에 공간이 이전부터 있었다면 그 공간으로 주변 치아들이 드러눕는 모양새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의 가지런하고 튼튼했던 치아는 움직인다.
치아가 움직이기 시작한 이때 치료를 받으면 잇몸뼈와 치아를 지킬 수 있다. 치아의 움직임이 많지 않고 잇몸뼈가 많이 낮아진 상태가 아니라면 치주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동된 치아를 교정 술식을 통해 이전 상태로 돌려놓을 수도 있다. 원래 상태로 위치 시킨 치아에 치주 조직 이식이나 뼈 이식 등의 방법을 적용했을 때, 잇몸뼈 높이가 소폭 상승한 증례가 제법 보고되고 있다. 근래 본인의 치아가 움직였거나 혀나 입술 방향으로 치아가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반드시 치과에 내원해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내 치아가 보내는 마지막 신호다.
모래가 사라지면 막대기가 쓰러지는 것처럼 치아도 마찬가지다. 치아가 좌우, 안팎 뿐만 아니라 위 아래 움직인다면 치아를 살리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인 경우가 많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문제가 발생한 치아 중심으로 잇몸뼈는 넓고 광범위하게 낮아진다. 그래서 한 번에 여러 개의 치아를 발치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그렇게 된다면 골이식과 함께 그 주변의 치아 전체를 대체할 수 있는 다수의 임플란트를 식립해야 한다. 이 상황에 가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치아가 갑자기 이동했거나 안팎으로 흔들리는 건 치아가 우리에게 알리는 마지막 조난 신호다. 잇몸뼈 높이가 낮아지는 동안 치아는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살짝 보이는 치석과 잇몸에서 자주 나는 피 정도다. 이마저도 치과에 자주 내원하지 않거나 잇몸 위주 칫솔질을 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반드시 치아의 이동을 유심히 살펴 발치 후 임플란트 치료까지 가는 길에 들어서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