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연내 피벗' 기대감에…李총재 “금리 못 올릴거라 생각 말라”

■한은, 3연속 금리동결
근원물가 상승 전망·연준 변수
"기준금리 3.75% 이상 가능성"
금통위원 5명서 6명으로 늘어
시장에선 '매파적 동결'로 평가
경기위축에 인상 가능성은 낮아
매파적 연준에 환율은 8.6원 오른 1326.0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것은 시장 전망과 정확히 부합한다. 3%대로 낮아진 소비자물가 상승률, 갈수록 커지는 경기 침체 우려 등을 감안하면 금리 동결 이외의 선택지가 없을 만큼 정책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금리를 더 올릴 수도, 그렇다고 내릴 수도 없는 외통수로 내몰리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여러 가지 근거를 댔다.


다만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낮추면서 최악의 경우 1.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볼 만큼 경기 전망이 어두운 것은 사실상 추가 인상이 힘들다는 신호로 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나 추가적인 물가 불안만 없다면 당분간은 동결 기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날 이 총재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한은이 금리를 동결해놓고 앞으로 못 올릴 텐데 거짓으로 겁만 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고 말로만 그럴 뿐 절대 금리를 못 올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미 시장은 이날 금통위가 세 번 연속 금리를 동결하기 전부터 인상이 종료됐다고 받아들인 상태다. 이에 이 총재는 올 4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지적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절대 못 올린다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한 셈이다.


금리를 3.75% 이상으로 더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금통위원 수도 5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새로 합류한 박춘섭·장용성 금통위원들도 금리 동결에 표를 던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이 (금리를) 위로 올릴 수 있는 옵션을 열고 상황을 보자는 것은 정말 심각하게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인상한 호주 중앙은행 사례까지 직접 거론했다.




금통위가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남겨둔 첫 번째 이유는 심상치 않은 근원물가의 흐름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로 유지하면서도 근원물가 전망은 3.0%에서 3.3%로 높였다. 양호한 수요·고용 흐름에 근원물가는 지난해 11월(4.3%) 정점을 찍은 후 5개월 동안 0.3%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근원물가가 받치고 있으면 소비자물가가 목표 수준인 2%에 도달하기 어렵다. 이날 이 총재는 “물가가 확실하게 2%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에 금리 인하를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재차 강조했다. 오히려 “금리를 너무 조급하게 내리면 금융 불안정을 다시 촉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변수로 언급했다. 미국이 금리를 5.25~5.50%로 한 번 더 올린다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은 1.75%포인트에서 2.00%포인트로 확대된다. 그렇게 된다면 자본 흐름이나 환율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를 지켜보자는 판단이다. 이날 연준 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에도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자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6원 오른 132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이 어떻게 금리를 결정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영향을 보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가 여러 근거를 제시한 만큼 이번 금통위에 대해 ‘매파적 동결’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렇지만 실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물가가 목표 수준인 2%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는 의미지 둔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 상태다. 미 연준이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해 역전 폭이 2.0%까지 벌어지더라도 이 총재가 우려하는 원·달러 환율이나 국제 자본 이동 등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도 낮다.


불투명한 경기 상황도 하반기 동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파급효과가 여전히 불확실한데 하반기에도 수출 경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크게 꺾일 수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금통위에 대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금리를 동결하지만 추가 인상 카드를 가지고 있음과 향후 인하 가능성을 차단해 시장금리의 과도한 하락을 막으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에 이어 7월과 8월에도 한은의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 리오프닝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상저하고 전망이 달라지면 10월부터는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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