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했지만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조금씩 오르고 있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은행들의 채권 발행도 늘면서 대출금리의 지표금리 중 하나인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 4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97~6.008%로 일주일 전인 18일(3.97~5.995%)보다 소폭 상승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같은 기간 3.63~5.49%에서 3.71~5.62%로 오르면서 변동형 주담대 금리보다 상승 폭이 컸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3.56~5.51%에서 3.56~5.61%로 상단이 0.1%포인트 올랐고 신용대출 금리도 4.74~6.24%에서 4.84~6.34%로 상·하단 모두 0.1%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별 대출금리를 보면 상승세는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에 연동되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경우 신한은행은 전주보다 상단은 0.11%포인트, 하단은 0.09%포인트 올랐고 하나은행은 상·하단이 0.093%포인트 상승했다.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를 지표금리로 사용하는 고정형 주담대는 상승 폭이 더 크다. 최근 일주일 사이 상·하단이 △KB국민은행 0.08%포인트 △신한은행 0.13%포인트 △하나은행 0.159%포인트 △우리은행 0.13%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지배적이었음에도 은행 대출금리가 슬금슬금 오른 것은 최근 채권금리가 상승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 초 저점을 기록한 뒤 최근까지 오름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1년물(AAA등급·나이스피앤아이 기준) 금리는 지난달 14일 3.532%를 기록한 뒤 현재(이달 24일 기준)는 3.814%까지 올랐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4.051%로 3월 이후 두 달여 만에 4%대에 복귀했다.
기준금리 움직임과 달리 은행채 금리가 오르는 것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데다 최근 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늘리고 한국은행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유동성을 흡수하는 등의 조치로 단기채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코픽스를 지표금리로 사용하는 변동형 주담대보다 금융채가 준거금리인 신용대출 금리가 덜 떨어지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에서는 대출금리가 당분간은 현 상황을 유지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하향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자금이 이탈하고 그 공백을 채권 발행을 통해 메우면서 채권금리가 오른 현 상황이 어느 정도는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 압박이 약화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