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택시기사에게 기름값 부담시키는 임금협정은 무효"

강행규정인 '운송비용 전가 금지' 위반

대법원. 연합뉴스

택시회사가 기사들에게 기름값을 부담하도록 한 별도 약정은 택시발전법 위반 행위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택시기사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가 다니던 회사의 택시기사들은 회사와 맺은 임금 협정 등에 따라 초과운송수입금에서 유류비를 각자 부담해왔다. A씨는 2019년 회사를 상대로 자신이 부담한 유류비 상당의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택시발전법 제12조 1항에 따라 택시운송사업자는 택시구입비, 유류비, 세차비 등을 택시기사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 사측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며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1,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회사가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으면서 무효인 유류비 약정에 따라 유류비를 부담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유류비에 상당하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수용했다. 대법원은 "택시운송사업자의 운송비용 전가를 금지하는 택시발전법 12조 1항은 강행규정"이라며 "사업자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로 유류비를 근로자들이 부담하기로 약정하는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어 "사업자가 유류비를 부담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노동조합과 사이에 외형상 유류비를 사업자가 부담하기로 정하되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에게 부담시키기 위해 사납금을 인상하는 합의를 하는 것과 같은 탈법적인 행위 역시 무효"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