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삶에서 여러 가지 변곡점을 맞이한다. 중장년의 경우 특히 평균 50세를 전후해 일과 관련된 큰 변곡점을 맞는다. 통계상 대한민국의 중장년은 평균 49.2세에 삶의 주된 일자리를 떠나 인생 후반의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아 나선다. 수명 증가나 자녀교육, 가족부양, 자기실현, 자기만족 등을 이유로 인생을 재설계하는데 그 중심에는 필수적으로 ‘일’이 있다. 따라서 그에 대비해 일에 대한 관점을 재정립해 본 후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좋다. 인생 전반의 주된 일자리에서는 주로 생계유지에 중점을 두다 보니, 자신의 일을 심오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된 일자리 퇴직 시점쯤에 재정립해 봄 직 하다.
일에 대한 관점 4가지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에 대한 관점은 △시점 △물점 △동점 △관계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시점: ‘시기를 구분하는 시각’을 의미한다. 길어진 삶을 관리하는 것로 볼 수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평균수명이 여성의 경우 86세, 남성의 경우는 80세다. 그리고 인생 1막의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시점은 49세 정도다. 그런데 근로생애의 마감은 평균 72세로 나타난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산술적으로 49세에 퇴직할 경우 72세까지는 23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23년을 다시 인생 1막처럼 열심히 살아야 할까. “아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언제까지 열심히 일해야 하는가’하는 시점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시점은 ‘자녀교육 혹은 가족부양에 대한 책임을 언제까지 질 것인가’가 될 수 있다. 자녀에 대한 책임은 그 종료 시점을 ‘대학 입학’, ‘대학 졸업’, ‘취업’, ‘결혼’ 혹은 ‘평생 애프터서비스’까지로 설정할 수 있다. ‘언제까지 열심히 일하느냐’라는 종료 시점은 ‘언제부터 진정한 나의 삶인가’라는 시작 시점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시점 설정은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막내를 기준으로 그 시점을 계산해 보면 좋다.
2. 물점: ‘일을 바라보는 시각’을 의미한다. 일을 일 그 자체로만 바라봐야만 할까. 이제는 일을 삶의 다른 영역과 분리하지 말고 통합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필자의 경험 상 삶의 후반부에 일을 일로만 바라보면 피로도가 증가한다. 일을 ‘여가’ 혹은 ‘놀이’의 개념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실제로 즐겁게 하는 일, 좋아서 하는 일, 혹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하는 일들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던 ‘일’이 아니라 ‘여가’ 혹은 ‘놀이’가 될 수도 있다. 일에 대한 생각을 전향하는 것도 일의 세계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진흙철 두 뜨내기 일꾼’이라는 시는 이런 관점을 너무나 잘 표현해 준다.
‘내 인생의 목적은 두 눈을 통하여 하나의 사물을 보듯, 나의 취미와 직업을 통합하는 것이라오. 즐기는 것과 필요가 합쳐지고, 생업이 중대한 목적을 위한 놀이일 때에 비로소 행위는 하늘과 미래를 위한 일이 되느니’
멋진 이야기이다. 전통적인 생각의 압박에서 벗어나 우리가 하는 일을 다른 관점으로 살펴보자.
3. 동점: ‘실행을 촉진하는 시각’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언제’, ‘무엇을’, ‘어떻게’를 생각한다. ‘어떻게’는 실행을 의미하는 ‘동점’이다. ‘시작이 반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찔러라’는 여러 문구는 실행을 강조한다. 위의 ‘언제’와 ‘무엇을’이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수립되면 바로 실행으로 옮겨서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경험을 축적해야만 한다. ‘오늘도 계획만 세울래’라는 유명한 책도 있다. 날마다 계획만 세우지 말고 어느 정도 계획이 잡히면 먼저 실행해 보면서 계속 경험을 축적해 보자. 우리가 잘 아는 디자인씽킹 개념도 문제발견에서 문제해결로 이어지지만, 그 과정에 있는 실행을 매우 강조하면서 빠른 실패를 전제로 한 성공을 강조하고 있다.
4. 관계점: 이는 앞의 3가지 관점을 아우르는 ‘사람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시각’이다. 사실상 장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점이다. 장년들이 퇴직 후에 겪게 되는 문제는 2가지로 규정할 수 있는데 하나는 ‘고연령’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성 부족’이다. 고연령 문제는 물리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전문성 부족’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래도 장애물이 남았다면, 좋은 해결책은 ‘관계점’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이다. 살아온 세월만큼 축적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지원 세력을 구축해 보자. 그 관계점이 고연령,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자원이다. 퇴직 이전에 혹은 퇴직 직후에 무언가를 시도할 때 반드시 자신의 관계점을 재점검해보자.
인생 후반부 일에 대한 4가지 관점을 살펴봤다. 자신을 중심으로 4가지 관점의 나래를 펼쳐보자. 김형석 교수의 “80세까지 일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말과 “60세에서 75세까지가 인생의 황금기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