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세무회계 서비스 플랫폼 ‘삼쩜삼’의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시장에서는 자비스앤빌런즈가 삼쩜삼의 폭발적 외형 성장에 힘입어 5000억 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로톡, 닥터나우 등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들이 정부 규제나 기존 직역 단체와의 갈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자비스앤빌런즈가 ‘1호 전문직 플랫폼 상장사’ 타이틀을 달게 될 전망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자비스앤빌런즈는 오는 7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 심사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예비 심사가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늦어도 10월께 심사 승인을 받고 연내 상장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005940)이 맡았다.
원활한 공모를 위해 유통 주식 수를 늘리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자비스앤빌런즈는 11일 주주총회에서 주식 액면가를 기존 1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자비스앤빌런즈의 주식 수는 21만 4425주에서 다음 달 22일 214만 4250주로 10배 늘어난다.
삼쩜삼은 홈택스 회원 간편인증을 하면 종합소득세 예상 환급액을 몇 분 만에 알려주고 환급 절차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2020년 5월 출시 후 삼쩜삼의 신속성과 편리성에 주목한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었다. 출시 후 1년 만에 약 153만 명이 삼쩜삼에 가입했으며 지난달 말 기준 가입자는 약 1546만 명이다. 누적 환급금 액수는 총 6062억 원이다.
자비스앤빌런즈의 매출도 삼쩜삼 출시를 기점으로 증가했다. 2020년 41억 원이던 매출액은 2021년 311억 원, 2022년 496억 원을 기록했다. 자비스앤빌런즈의 올 상반기 기대 매출은 약 400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장년층 대상 TV광고 마케팅에 집중하며 300억 원이 넘는 광고비가 지출됐다”며 “올해부터는 가입자 확대에 따른 광고비 축소 및 매출 확대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쩜삼의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3월 영국 현지 법인을 설립해 내년 4월부터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영국 특유의 복잡한 세무 업무 및 높은 세무 대리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국 내 자영업자, 프리랜서, 긱 워커(초단기 노동자)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자비스앤빌런즈에 따르면 영국의 누적 미수령 세금 환급금 규모는 200억 파운드(약 31조 원)에 달한다.
기존 세무업계와의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점도 자비스앤빌런즈가 자신 있게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이 로톡 이용 변호사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결론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대한변호사협회 등과 갈등으로 구조조정까지 들어간 것과 대조된다. 닥터나우, 굿닥, 솔닥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 역시 시범사업 논의조차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경영 확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반면 자비스앤빌런즈는 2021년 한국세무사회와 한국세무사고시회로부터 불법 세무대리 및 알선 혐의로 경찰에 고발 당했지만 지난해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났다. 이용자 스스로 개인정보를 입력해 삼쩜삼의 AI 서비스를 제공 받는 ‘셀프 환급’을 세무 대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경찰은 이용자들이 자비스앤빌런즈에 내는 수수료도 삼쩜삼 프로그램에 대한 사용료이기 때문에 알선 비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세무 단체들이 수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조사는 검찰로 넘어갔지만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IB업계에서는 자비스앤빌런즈가 차질 없이 상장에 성공할 경우 5000억 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해 3월 HB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300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를 3000억 원으로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