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연내 상승기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월가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국내외 산업계의 기대감이 번지는 가운데 월가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업황 개선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25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올 3분기에 메모리반도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 뒤 4분기에 제품 가격이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숀 킴과 류두안은 “반도체 가격이 오르는 동시에 함께 쌓였던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최고 수혜 기업으로 보고 있지만 SK하이닉스도 다가올 상승 사이클의 선두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시장에서 D램의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 요인이 곧 가시화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현재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 3분기에는 수요와 일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만의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D램 공급량이 2기가비트 칩 환산 기준 1043억 6200만 개로 총수요(1054억 1900만 개)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업체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시점을 7월로 봤다.
모건스탠리는 중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 산업에서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봤다. 애널리스트들은 “AI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시장은 AI 분야에서 발생할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AI 서버는 기존 서버에 비해 메모리 콘텐츠가 2~3배 더 많기 때문에 모든 유형의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AI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가 “수십년에 걸쳐 진행될 현상”이라며 “(반도체 기업들이) 상당한 성장 여력이 있다”고 했다.
한편 모건스탠리의 이번 보고서는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제재 발표에 앞서 나왔다. 중국 당국은 최근 마이크론의 D램 등 일부 제품이 보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인스퍼와 레노버 등 중국 최고 서버 기업들이 마이크론 제품의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마이크론의 점유율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미국 정부와 의회의 압력 때문에 시장을 확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분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