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따라주는 술 아니면 안 마셔"…영양사 '접대부 취급' 기아차 노조

논란 확산되자 '피해 호소인' 표현 써 더욱 비판
기아 화성지회 "잘못된 관행 뿌리 뽑겠다" 사과

서울 서초구 기아자동차 본사 전경. 연합뉴스

기아 노조 간부들이 하청업체 소속 여성 영양사들을 회식에 강제로 동원해 갑질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썼다가 더욱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지난 25일 금속노조 기아 화성지회는 소식지를 통해 “식당 관련 사업 중 과도한 언행으로 인해 급식업체 관계자 및 조합원들께 커다란 실망을 드렸습니다.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지난 2월 기아 국내 공장에서 ‘회식 갑질’이 있었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해당 공장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하청업체 ‘현대그린푸드’ 소속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고객사 복지·총무팀 회식에 영양사들을 강제로 참여시키고, 회식에서 ‘나는 여자가 따라주는 술 아니면 안 먹는다’며 영양사를 접대부 취급했다”며 “초면에 나이가 많든 적든 반말은 기본”이라고 썼다. 또 “익명의 힘을 빌려 누구라도 글을 올리고 싶었겠지만, 고객사에 당할 보복이 두려워 (폭로하는 것을) 모두가 망설였다. 하지만 갑질의 정도가 나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금속노조 기아 화성지회는 18일 노보를 통해 의혹을 해명하며 작성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표현했다. 이들은 “현대그린푸드 직원의 익명 게시판 갑질 피해 호소글이 언론에 보도됐다”며 “노조는 언론 보도와 게시글의 내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피해 호소인의 진심을 의심하거나 왜곡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1차 사실관계 확인 결과 금전 및 접대 등 어떠한 부정행위는 없었음이 확인됐다”라며 “추측과 억측만으로 (노조를 향해) 비난과 비방, 저주를 퍼붓는 것은 노조를 흠집 내고 단결을 저해하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사실관계를 떠나 피해 호소인께는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에 더욱 거센 비판이 일었다. 피해자가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용어로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피해자를 가리켜 ‘피해 호소인’이라 지칭했을 때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라는 비판이 들끓어 해당 표현을 쓴 의원들은 당시 선거캠프에서 하차하기에 이르렀다.


화성지회는 이후 대자보를 통해 “식당 관련 사업 진행 중 부주의한 언행으로 현대그린푸드 관계자 및 화성지회 조합원 동지들께 커다란 실망을 드렸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어 지난 24일에는 변상민 화성지회장이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를 찾아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변 지회장은 노보를 통해 “노조 상무집행위원들의 사업 방식과 행동에 대해 세심히 챙기지 못한 점 지회장으로서 참담한 심정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불필요한 관행은 없애고, 잘못된 관행은 뿌리 뽑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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