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일침] 이른 무더위에 에어컨 설치 대목인데…기사님 손목 건강 주의보

■ 이제균 대구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에어컨 설치 수요 집중되는 시기…부상 위험 높아져
손목 사용 잦은 작업 탓에 손목터널증후군 발생도 빈번
수술 부담 클 땐 약침·한약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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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게 찾아온 무더위에 에어컨 업계가 대목을 맞았다. 일년중 가장 바쁜 시기지만 에어컨 설치기사 김씨(52)는 한동안 일을 쉬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구옥이 밀집된 지역으로 출장이 잦아지다 보니 고질병이던 손목 통증이 심해진 탓이다. 오래된 건물에 신형 에어컨을 설치할 때는 에어컨 배관 작업을 위해 섀시와 건물 외벽에 타공 작업이 필요하다. 20년 넘게 무거운 전동 드릴을 지참하고 벽을 뚫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질 않았다. 야간이 되면 통증이 심해져 밤잠을 설치는 날도 많다. 그런 날은 김씨도 '다음날 일을 쉬고 병원에 가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막상 낮에는 증상이 나아져 치료를 미룬 채 업무에 몰두하곤 했다. 증상을 방치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자신도 모르게 손에 쥔 물건을 계속 떨어뜨리는 등 작업이 힘들 정도로 손 사용이 어려워졌음을 직감한 김씨는 그제서야 전문의를 찾았다. 검사 결과 '손목터널증후군'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여름을 앞두고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에어컨 설치 및 수리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매년 이 맘 때 쯤이면 예약자가 몰려 에어컨 기사를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전자제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가정용 에어컨 설치 및 수리를 받기 위한 대기기간은 평균 일주일로, 길게는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지역도 있었다. 에어컨 설치기사들은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 평균 5~7건의 출장 접수를 받으면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불철주야 일하고 있다.


에어컨 설치 기사들에겐 수입이 집중되는 대목인 동시에 고강도 육체노동을 요구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보통 기사들은 여러 장비를 지참하고 출장이 접수된 곳에 방문해 작업을 진행한다. 에어컨이 애초에 없거나 고장난 경우에는 더운 환경에서 작업하는 게 일상이다.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나날이 고된 작업이 이어진 탓에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각종 부상 위험도 올라간다.


에어컨 설치기사들은 드릴이나 펌프, 절단기 등 전동 공구의 사용이 빈번한 직업의 특성상 각종 관절 질환 발생에 취약하다. 전동공구를 사용하는 동안 쉽게 피로해지는 손목 관절은 물론, 정교한 작업을 위해 구부정하거나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작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보니 다른 직업군 대비 척추 관절 질환 발생률도 높아진다.


김씨가 진단 받은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사용이 많은 직군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근골격계 질환이다. 손목 앞쪽 피부 아래에는 뼈와 인대로 이뤄진 신경 통로(손목터널)가 있다. 업무, 운동, 가사일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손목터널 내부가 비정상적으로 좁아지거나 압력이 증가하면 손목과 손의 움직임 및 손바닥의 감각을 담당하는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는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이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수근관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손목터널증후군은 반복적인 손목 사용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손목터널 주위 인대가 붓거나 염증이 발생하면 손이 타는듯한 통증이 나타나나는데, 야간에 더욱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손의 감각이 둔해지는 듯하고 무언가를 쥘 때 통증이 느껴지거나 세게 쥐기 힘들어 계속 떨어뜨리는 증상도 나타난다. 자칫 신경이 손상되면 영구적인 마비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면 서둘러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진단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비수술 치료만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특히 수술 후 장기간 일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면 비수술 치료 중 한방통합치료를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방에서는 뼈·연골·인대의 강화에 도움을 주는 침과 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한다. 손상된 조직의 붓기를 가라앉혀 원래대로 재생시키는 게 한방통합치료의 목표다.


침 치료는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이완해 통증을 완화한다. 한약재 유효성분을 정제한 약침을 놓는 것도 빠른 염증 해소에 효과적이다. 자생한방병원이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약침 치료를 받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통증 숫자척도평가(NRS)는 치료 3주 만에 9(매우 심한 통증)에서 1(가벼운 통증)로 감소했다. 조직 및 신경 회복을 돕는 한약 치료를 병행할 경우 치료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동안 17만 명에 가까운 환자가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 중 40~60대 중장년층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김씨처럼 손목 사용이 많은 현장직에 종사하는 중장년층이라면 건강하게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손목 질환 예방과 관리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균 대구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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