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는 언제부터 라이벌?…'반세기 경쟁史' 톺아보기② [노우리의 플러그인]

LG전자 옵티머스 LTE 스마트폰 제품 사진. 사진제공=LG전자

“계란프라이를 하려면 ‘갤럭시S2’를 이용하세요!”


2011년 10월, LG전자(066570)가 연 옵티머스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공개 행사에서 다름 아닌 ‘갤럭시S’가 소환됐습니다. LG전자가 행사장에서 갤럭시S·갤럭시S2, 그리고 자사 옵티머스 스마트폰 위에 각각 버터를 올려 얼마 만에 녹는지 실험하는 동영상을 틀어버린 건데요. 20~30분 만에 두 개의 갤럭시폰 위에 버터가 녹아내리자 발열 면에서 LG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앞선다고 공세를 퍼부은 것이죠. 앞서 1편에서 살폈듯 1960년대 물꼬를 튼 삼성과 LG의 치열한 제품 공방이 2010년대에도 아랑곳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일화이기도 합니다.



기술 유출에 용량 논란까지…영역 넓어진 ‘맞수'의 싸움

1970년대부터 이어오던 TV 싸움은 디스플레이까지 확전됐습니다. 2012년 삼성이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고의로 빼냈다는 혐의로 기술 유출 소송을 제기한 건데요. 이에 LG는 삼성의 스마트폰 제품들이 자사의 OLED 방열 기술, 전원 배선 구조 기술 등을 침해했다고 특허침해 금지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했습니다. 결국 양사 직원이 수사당국에 조사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는데요.


특허 및 손해배상 소송전은 해를 넘긴 2013년 정부의 중재로 종료됐습니다. 기술유출 소송은 3심까지 7년 넘게 이어졌는데요. 삼성 연구원과 LG 임직원 등 4명이 유죄를 받으며 마무리됐습니다.



삼성전자가 2012년 당시 올린 광고 동영상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의 한 장면

2012년은 TV뿐 아닌 냉장고 제품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싸움의 해’였는데요. 전말은 이렇습니다. 900리터(L)에 육박하는 대용량 냉장고를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가 앞다퉈 출시하던 때, 삼성전자가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내용의 동영상 광고를 공식 블로그와 유튜브에 올리며 ‘용량 논란’에 불을 지핀 건데요. 표기상으로는 LG 제품의 용량이 더욱 크지만, 양사 제품에 물을 부었더니 삼성 냉장고에 더 많은 물이 들어가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공격은 한 번에 그친 게 아니었습니다. 900리터급 냉장고가 나왔을 땐 커피 캔, 참치 캔을 동일한 방식으로 채워 넣는 실험 동영상을 한 번 더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동영상 조회수가 200만 대에 이를 정도로 많은 소비자들이 양사의 용량 논란에 관심을 가졌죠.


당연히 LG전자 입장에선 가만히 있을 순 없었습니다. 자의적 실험을 정부 규격처럼 허위 광고했다며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승리했고, 이어 삼성전자 동영상 광고가 제품 판매에 영향을 끼쳤다며 100억 원대 손해배상까지 청구했습니다. ‘냉장고 용량 싸움’이 100억 원대 소송전까지 확대된 셈이죠.



툭하면 법정으로…글로벌 전시회서도 신경전


조성진 LG전자 당시 HA사업본부 사장.

2014년에는 그 유명한 ‘세탁기 파손 사건’이 일어납니다. 당시 독일 베를린 가전전시회 IFA 2014에 참석한 조성진 당시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사장과 LG전자 임직원은 시내 가전매장 두 곳을 들러 삼성 등 경쟁사의 세탁기를 살펴보며 벌어진 일인데요. 이후 삼성 세탁기의 본체와 문을 연결하는 힌지 부분이 파손된 것이 발견되며 조 당시 사장이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갈등을 빚은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조 사장 등이 고의적으로 제품을 파손하기 위해 문을 강하게 눌렀다며 재물 손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습니다.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일로 시작됐지만 말에 말을 더해가며 경쟁사 사장과의 법정 분쟁으로 비화된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조 당시 사장은 자신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한 취지라며 직접 CCTV 장면을 분석한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조 사장이 고의로 세탁기 문을 파손한 것은 아니며 세탁기 문의 강도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LG 차원에도 삼성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하는 등 갈등 수위도 높아졌습니다.


결국 사건은 1년이 넘게 흐른 2015년 양사가 관련 법정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하며 일단락됐습니다. 조 사장 역시 3심까지 가는 재판 끝에 2016년 무죄를 받았습니다. 세탁기를 만진 것은 맞지만, 세탁기가 파손되거나 세탁기를 부술 고의가 있었다는 점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플러그인’은 어렵거나 따분하게 느껴지는 전자업계 소식을 조금이나마 재미있게 접근해보자는 목적의 연재물입니다. 사소하지만 지나치기엔 아까운 호기심 해결부터 흥미로운 제품 체험, 산업 전반 흐름까지 알기 쉽게 녹여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망설이지 말고 ‘플러그인’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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