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 맛집 전쟁'에 미소짓는 쌀 농가

CU·GS25, 7년 개발 '새청무' 사용
김밥·초밥 등 간편식 제조에도 최적
호응 높아 올해만 1.5만톤 공급계약
세븐일레븐, 단가 올라도 삼광미만 써
고품질 쌀공급으로 농가·소비자 윈윈

BGF리테일 소속 밥소믈리에들이 도시락에 사용할 쌀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BGF리테일

국내 쌀 소비량 감소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가운데 편의점 업계가 도시락 상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국내산 우수 품종 쌀을 대량 매입하며 농가의 부담을 덜고 있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영양가 높은 밥을 먹을 수 있고, 농가는 안정적인 쌀 공급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상생 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2021년부터 시판 중인 도시락과 모든 미반류 간편식에 순수 국내 품종인 새청무 쌀을 사용하고 있다. 새청무는 전남 농가 면적의 52%에서 재배되는 신품종이다. 기존 새누리와 청무의 장점만 골라 7년간의 연구와 육성을 거쳤다. 알이 단단하고 탱글탱글해 도시락, 김밥, 주먹밥, 초밥 등에 최적의 쌀로 꼽힌다. CU 관계자는 “밥알의 모양이 입체적이어서 다른 식재료들과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간편 식품에 사용하기에 알맞다”고 설명했다.


GS25도 이런 장점에 주목해 당일 도정한 새청무 백미를 사용하고 있다. 새청무는 단백질 함량이 낮아 점도가 우수한 데다 자연재해와 이상 기후에 강하도록 안정성을 높인 덕에 품질 관리도 용이하다는 게 GS25의 설명이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2016년부터 사용중인 ‘삼광’은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최고 품질의 쌀 중 하나다. 1989년 개발돼 오랜 기간 중부 지역 농가의 사랑을 받았다. 찰지고 목 넘김이 부드러우며 씹으면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 쌀알이 맑고 투명해 외관도 뛰어나다.


농가에서 편의점의 전국 제조 공장으로 이송된 쌀은 현장 전문가의 주관 아래 철저하게 관리된다. 주요 편의점들은 각 사마다 특정 자격을 보유, 밥 짓는 기술과 영양학적 지식을 갖춘 ‘밥소믈리에’를 두고 이들과 전문 상품 기획자(MD)가 연구한 식단을 음식으로 만든다. 최근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늘면서 제조 공장에서 더욱 신경 쓰는 것은 품질이다. ‘싼 맛에 먹는 음식'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는 영양 한 끼'를 만들기 위해 원재료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도시락의 기본 중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쌀을 선택해 다루는 게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밥소믈리에 자격을 가진 김하영 세븐일레븐 푸드팀 MD는 “도시락을 만드는 데 단일미를 쓰고 있다”며 “(혼합 방식보다) 원료 단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지만, 일정한 밥 맛을 유지하기 위해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락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편의점은 국내 쌀소비의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CU는 전남 강진군과 해남군에서 생산되는 새청무 쌀을 매년 대량으로 수급하고 있다. 올해도 2022년 생산된 새청무쌀 1만 5000여t을 공급 받는다. 최근에는 전라북도와 지역 우수 농산물 판로 확대를 위한 업무 협약도 맺었다. 이를 통해 지역 특산물 수매 규모를 늘릴 뿐 아니라 우수 원재료를 활용해 신상품을 출시하는 데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3사가 매입하는 국내산 쌀의 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GS25는 올 1분기 도시락 매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쌀 매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다. 지난해 도시락 매출이 전년 대비 35% 증가한 세븐일레븐도 마찬가지로 국내산 쌀 매입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인구 만으로 다 소진할 수 없는 쌀을 최근 성장하는 편의점 도시락을 통해 유통하면 농가 소득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편의점도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도시락을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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