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로 돌려보낸 간호법 제정안 재표결을 앞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간호대학 남자교수들이 29일 "당정이 간호법에 악법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대한간호협회의 단체행동을 지지하고 나섰다.
한국간호대학 남자교수회 소속 30개 간호대학 교수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민의힘이 자신들이 대표 발의한 간호법과 간호조산법에 대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 '간호조무사 학력을 고졸로 제한한 신카스트 제도법'이라고 주장하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했다"며 "허위사실을 통해 국민들의 눈을 속인 정부와 여당의 선동적 행태를 통렬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코로나19 시기에 의사단체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집단 파업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간호사들은 끝까지 환자를 위해 의료현장을 지켰다"며 "간호사들이 언제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았기에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이란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00년 전과 75년 전에 간호법을 제정했고, 현재 전 세계 90여 개국에 간호법이 있는 데도 의사협회 등 간호법 반대 단체들이 아무런 근거 없이 '의료체계 붕괴법'이라는 허위사실을 배포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은 "중립적 입장에서 의료체계를 이끌어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마저 의사협회 측의 주장을 옹호하는 부당한 행태를 보였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또 간호법에 포함된 간호조무사 학력규정이 2021년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의료법 내용과 동일하며, 2022년 간호조무사 시험 합격자 중 대졸자가 41%인데 간호조무사들의 학력을 고졸로 제한한다며 '신카스트 제도법'이란 프레임을 씌운 것도 문제라고 조목조목 따졌다.
이들은 최근 의료계 논란거리로 떠오른 PA(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제도 역시 인건비를 아끼려는 병원 측의 꼼수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남자교수회는 "병원들이 간호사에게 대리수술, 대리처방 등 부당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비용은 담당의사의 수가로 처리하면서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과 합법을 오가는 현실 속에 보호받지 못하는 간호사들이 현재 1만 명이 넘어간다"며 "미래 간호사가 될 간호대 학생들이 졸업 후 맞이하게 될 불합리한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간협이 내세운 6가지 간호사 단체행동 관련 1차 방향에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간호법 제정안은 오는 30일 열리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표결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30일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재표결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만 가결된다.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하더라도 200명이 찬성해야 가결되는 상황이라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