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의 사상 최대 매수세 속에 반도체가 주도주로 돌아오고 중국발 훈풍이 뒤늦게 가세할 것으로 예상되자 ‘서머랠리(여름철 강세장)’가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시에 감돌고 있다. 증권사들은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던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도 타결돼 코스피가 하반기 2700 선을 빠르게 돌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2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12개 주요 국내 증권사의 하반기 평균 코스피 밴드는 2355~2770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코스피 상단을 제시한 DB금융투자는 하반기에 3000선 돌파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메리츠증권 역시 코스피 하단을 2500으로 묶으면서 상단은 2900까지 예상하며 강세장을 기대했다. 삼성증권(016360)의 코스피 지수 전망치가 12개사 중 가장 낮은 2200~2600으로 소위 ‘박스피’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게 봤다.
증권사들은 3분기 중 밴드 상단을 달성하는 ‘서머랠리’ 가능성을 높게 예상했는데 3~4월 예상에 못 미쳤던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늦게나마 국내 제조업의 수출 개선 등을 이끌면서 코스피 상승의 동력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중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4월 들어 장기 평균선인 100에 근접한 99.48까지 올라 경기 회복 본격화 조짐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3분기 코스피는 중국 경기 회복의 영향을 받으면서 반도체 업황 개선이 맞물려 2700 선뿐 아니라 2800을 넘어서는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시 걸림돌로 지목됐던 미국 부채한도 상향과 관련한 잠정 합의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진 것도 서머랠리가 조기에 신호탄을 올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평가다. 안전자산 선호와 강달러를 부추길 수 있던 미국 행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이 순조롭게 끝나면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26일 기준 코스피에서 12조 3674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사상 최대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는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반도체뿐 아니라 2차전지·바이오 등의 업종이 향후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와 바이오·인터넷기업 등이 저평가 영역에 있는데 수출 회복과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시 재평가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2차전지는 상대적으로 실적 및 기업가치 매력이 높은 대형 배터리 제조업체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서머랠리 실종과 함께 코스피가 박스권 탈출에 실패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삼성증권은 현재 증시의 동력은 상장사들의 내년 실적이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인데 경기 침체 등이 가시화해 시장 눈높이가 하반기에 하향될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 우려감이 커지면서 증시가 서머랠리를 보이더라도 4분기에는 상승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우세한 편이다. 최근 독일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하면서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미국의 소비지표도 시장 전망치를 하회해 경기 침체 공포는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될 수 있는 국면이지만 경기 침체 공포가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