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맞이한 봄은 북적북적한 벚꽃 축제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그러나 곧이어 축제 준비에 분주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이 곤경에 처했다는 뉴스를 접해야 했다. 벚꽃이 너무 일찍 피어버린 탓에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 벚꽃 개화 시기는 지역에 따라 열흘 이상 빨리 찾아오기도 했다. 이는 평년 대비 평균기온이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의 이른 벚꽃 개화를 두고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근 30년 기온은 과거 30년(1912~1940년)보다 연평균 1.6도 상승했다. 강수량의 경우 최근 30년이 과거 30년에 비해 연 135.4㎜ 증가했고 강수일수는 21.2일 감소했다. 또 집중호우 등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극한 강수 발생 일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산림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22년 50년 만에 최악의 겨울 가뭄으로 전국 산불 발생 건수가 10년 평균 대비 41%포인트 증가했고 피해 면적은 약 2만 4000㏊로 7배 늘었다. 올해는 역대 최초로 하루에 5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등 산불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산사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54일 동안 지속된 2020년 장마는 기상관측망이 구축된 1973년 이래 가장 긴 장마라는 기록과 함께 지난 25년간(1998~2022년) 발생한 산사태 연평균 면적(511㏊)의 두 배를 훌쩍 넘는 1343㏊의 피해를 줬다. 올해 기상 전망 역시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류 활동이 증가해 한반도에 수증기가 다량 유입되고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예상되는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해수면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는 슈퍼 엘니뇨가 예상돼 파괴력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3월은 1907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따뜻한 봄 날씨를 기록했고 어린이날 연휴에 내린 집중호우로 역대 5월 최대 누적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이미 발생하고 있다.
올봄 강릉·홍성·대전 등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역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곳은 여름철 장마와 집중호우로 2차 피해를 받지 않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산림청은 3월 올해 산사태 예방 종합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산림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산사태예방지원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산림청은 비가 많이 내리면 실시간 강우 정보를 분석해 산사태 위기 경보(관심·주의·경계·심각)나 예보(주의보·경보)를 발령한다. 지난해까지 24시간 전 산사태 예측 정보를 제공하던 것을 올 2월부터는 시스템을 고도화해 48시간 전에 제공함으로써 주민 대피 골든 타임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다. 또 산림 주변 급경사지, 도로 비탈면, 경사지 태양광 시설 지역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산사태 관련 정보를 모두 모아 산사태 위험 지도에 탑재한 후 다시 각 부처와 지자체 등에 제공함으로써 재해 위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공동 협력하고 있다.
산사태는 자연 재난이기 때문에 인간의 노력으로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면산 산사태와 같이 생활권 도심 지역에서 발생할 경우 인명과 재산 피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예방이 최선이다. 예방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것은 사전 점검이다. 올해도 2만 7000개소의 산사태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연 2회 이상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 또 집중호우 때 전국에 배치된 760명의 산사태현장예방단이 현장에 나가 배수로 정비, 물길 돌리기, 방수포 설치 등 피해 예방 조치를 할 계획이다.
재난 대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사태 발생 전조 증상이 무엇인지, 언제 대피해야 하는지,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등 산사태 발생 단계별로 국민 누구나 알기 쉽게 산사태 관련 국민 행동 요령을 홍보할 예정이다. 국민들은 산사태 국민 행동 요령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고 대피 장소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또 많은 비가 예상될 경우 산지 주변에서 캠핑 등 야외 활동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