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그룹(옛 한라)에서 자율주행 사업을 담당하는 HL클레무브가 모빌리티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HL클레무브는 HL만도(204320)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율주행·모빌리티 전문 자회사다. 2021년 12월 HL만도의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 사업부와 센서·전자제어장치(ECU) 제조 자회사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를 합병해 출범했다. 자율주행 부품부터 모빌리티 플랫폼, 로봇 등 그룹의 신사업 분야를 도맡고 있다.
HL그룹은 HL클레무브를 출범하며 그룹 전반에 흩어져 있던 자율주행 관련 사업 부문을 통합할 수 있었다. 연구개발(R&D) 조직도 하나로 모아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고객사 대응 역량도 갖출 수 있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출범 이후부터 HL클레무브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HL클레무브는 올해 1분기 365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3067억 원)보다 19% 이상 매출이 늘었다. 합병 이후 첫 연간 성적도 준수했다. 지난해 연 매출은 1조 3661억 원, 영업이익은 679억 원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자율주행 제품과 고도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점이 HL클레무브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HL클레무브는 레이더, 카메라, 자율주행 통합 제어기와 소프트웨어 등 사실상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모든 제품군을 개발해 양산하고 있다. 글로벌 부품 업계에서 자율주행과 관련한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갖춘 몇 안 되는 회사다. 이미 현대차(005380)를 비롯한 글로벌 제조사에 자율주행 센서를 납품하며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3조 원 가까운 수주 실적도 거뒀다.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HL클레무브의 향후 성장 가능성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최근 선보인 기아(000270)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 GT라인에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넣었고 BMW는 신형 7시리즈에 레벨3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는 2020년 71억 달러(약 9조 3800억 원) 수준에 머무른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2035년에 1조 달러(약 1320조 원)로 연평균 4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HL클레무브는 제품군을 넓히고 기존 제품의 기술 수준을 끌어올려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에 대비할 계획이다. 제품을 다각화해 자율주행과 관련한 밸류체인을 공고히 하고 레벨 4~5 수준의 기술을 갖춘 미래 지향적인 제품도 개발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차량 1대당 장착되는 제품 개수의 증가와 단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현지화에도 속도를 낸다. HL클레무브는 지난해 3월 인도 벵갈루루에 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5월에는 멕시코 생산 법인을 설립했다. 7월에는 중국 쑤저우에도 연구소를 열었다. 출범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한국·인도·중국·멕시코 등 4개국에 생산과 연구 거점을 확보한 것이다.
HL클레무브는 지역별 거점을 활용해 현지 맞춤형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올해 2분기 완공되는 멕시코 생산 법인은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기아의 북미 현지화를 지원하고 북미 지역 신규 고객사 확보에 집중한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글로벌 R&D 센터 ‘넥스트엠’은 선행 연구개발(R&D)을 총괄한다. 지난해 12월 개소한 넥스트 엠은 자율주행 기술과 제품의 고도화를 위한 최신 장비와 실험 공간을 갖춘 R&D 본부다. 향후 HL클레무브는 테크노밸리 정보기술(IT) 기업, 모빌리티 스타트업과 함께 넥스트엠을 자율주행 모빌리티 생태계의 허브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HL클레무브는 2026년까지 연평균 15%의 성장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로봇 플랫폼, 데이터 솔루션 등 모빌리티 신사업에도 도전해 2030년에는 매출을 4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