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 남단에 조성되는 인천신항 배후단지 개발 사업이 대형 건설사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항만 사유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칫 민간 업체가 수익성 확보에만 주력하는 바람에 항만 배후단지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인천항만공사(IPA)와 항만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2030년을 목표로 제4차 항만배후단지 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인천신항 배후단지 개발 전체 면적을 412만㎡로 정했다. 이 중 1-1단계 1구역(66만㎡)만 공공 개발로 진행하고 1-1단계 2구역(94만㎡), 1-1단계 3구역 및 1-2단계(95만㎡)을 합친 189만㎡는 민간 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추후 추진될 2-1단계 157만㎡는 아직 개발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다.
그간 정부는 국가 기간시설인 항만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가 소유권을 갖고 관리권을 해양수산부가 갖는 항만국유제를 채택해왔다. 하지만 해수부 주도로 2016년 12월 항만법이 개정되면서 항만 배후단지 개발 사업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2020년 12월에는 항만법 전면 개정으로 건설업자, 토지 소유자, 민관 합동법인, 부동산신탁회사, 부동산투자회사, 특수목적법인(SPC) 등이 모두 항만 배후단지 개발 사업의 시행자로 참여할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와 함께 사업시행자는 총투자비 범위 내에서 조성된 토지를 취득하고 필요에 따라 국가 취득토지를 매도 청구해 취득한 후 사업비의 조기 회수를 목적으로 다시 분양할수 있도록 했다. 항만 배후단지 사유화의 문을 열어준 데 이어 민간 자본이 투자할 수 있는 문호를 지나치게 열어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수부는 현재 인천신항 배후단지 1-1단계 2구역의 사업시행자로 2019년 12월 인천신항배후단지주식회사를 지정해 민간 개발 및 민간 분양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출자자는 HDC현대산업개발(45%), 늘푸른개발(30%), 토지산업개발(20%), 활림건설(2.5%), 원광건설(2.5%) 등이다. 해수부는 지난해 5월 인천신항 배후단지 1-1단계 3구역과 1-2단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GS건설컨소시엄을 선정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정치권과 항만업계의 반대에 따라 협상을 잠정 중단했다.
항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재인 항만 배후단지가 사유화되면 부지 임대료가 상승해 항만 경쟁력이 약화되고 부동산 투기 및 난개발로 항만·물류 기능이 상실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항만 개발은 정부와 지자체, 항만공사가 주도해 공공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도 해수부의 민간 개발 방식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앞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항만 배후단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항만법 및 항만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인천시도 해수부에 공공 개발·임대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이에 해수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올 10월까지 항만 배후단지 개발 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8일에는 관련 업계와 단체, 연구기관 등이 참석하는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상 항만 배후부지의 민간 개발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도록 항만법이 개정된 상황에서 공공 개발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PA 관계자는 “해수부가 정부 재정의 한계를 감안해 항만의 적기 개발을 위해 설립한 공공기관이 항만공사(PA)”라면서 “민간 기업의 경영 기법까지 도입한 시장형 공기업인 항만공사의 재원 조달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스스로 거점 항만별로 조성된 공사 설립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