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저승꽃

최영철

세상이 행한 모든 검사 필하였다는 품질보증서


혹독했으나 견딜 만은 했지


더 이상 살펴볼 것도 없다며 하늘에서 내린 인증마크


여기 살다 다른 세상 갔을 때


자랑스레 꺼내 보일 입국허가서


천지사방 쏘다녀도 좋은 특수여권


오늘 보니 저 어르신 별 하나 더 달아


큰별 모두 일곱 개


그 아래 총총 떠오른 잔별 수두룩


검색대 무사통과하며 빙긋이 웃으시네


거기 가면 별이 많아야 1등



꽃이라도 환영받지 못하던 꽃, 이승에 핀 저승꽃. 잘못 배달된 편지에 박힌 우표처럼 여겼는데 품질보증서라니. 하늘에서 내린 인증마크이자 입국허가서이자 특수여권이었다니. 안쓰럽던 어머니가 갑자기 자랑스럽다. 세상엔 참 겸손한 사람이 많기도 하다. 훈장 같은 저승꽃 가리려고 컨실러 바르고, 레이저 시술을 받으러 간다. 곧 멸종 위기종 꽃이 될 것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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