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위협·경찰 곤봉 제압…위험해지는 노조 농성장

‘고공 농성’ 노조 간부 연행 과정서 물리적 충돌
전일엔 농성돕던 간부 체포…勞 “공권력 남용”
경찰 “시민 기본권 침해한 불법엔 엄정 대처”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가 체포에 나선 경찰관에게 막대를 휘두르며 저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의 농성장이 위험해지고 있다. 농성을 벌이던 근로자가 경찰에 연행되지 않기 위해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은 경찰봉을 사용해 이 근로자를 제압해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와 경찰 모두 부상을 당했다. 노동계는 폭력 진압이라고 비판하고 경찰은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맞선다.


31일 한국노총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쯤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7m 높이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에 연행됐다. 금속노련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는 작년 4월부터 임금교섭과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하면서 천막농성 중이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김 사무처장은 전일부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김 사무처장은 검거 진전 칼인 정글도를 휘두르면서 경찰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했다. 경찰이 사다리차로 접근하자 의자를 경찰에 던졌고 쇠파이프도 휘둘렀다. 경찰은 결국 김 사무처장에게 경찰봉을 휘둘러 제압했다. 경찰봉에 맞아 머리를 다친 김 사무처장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사무처장을 검거한 경찰들도 쇠파이프에 손등을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김 사무처장에게 일반교통방해와 특수공무집행방해,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전일에는 이 고공농성을 돕던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김 위원장이 물병을 던지는 등 위협 행위를 해 제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제압에 나선 경찰은 김 위원장의 목과 어깨 부위를 무릎으로 누르고 뒷수갑을 채웠다. 경찰은 뒷수갑은 피의자 저항 시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했다.


노동계는 두 번의 경찰 연행 과정을 비판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전일 논평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공권력 남용이 도를 넘고 있다”며 “인권을 무시하고 살인적인 폭력 연행을 자행한 경찰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 반면 경찰 측은 “경찰은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집회에 대해 현장 해산 조치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라며 “법 집행 과정에서 경찰관 폭행 등 공무집행을 방해할 경우에는 즉시 현장 검거하고 신속하게 사법처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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