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도 유지기 썼다가 사과 갈변해 소송…대법 "업체 고지의무 위반"

오존 발생으로 갈변·함몰 증상
사과값 놓고 업체-농민 소송전
"원심보다 배상 규모 켜져야"

대법원. 연합뉴스

신선도 유지기를 사용한 이후에 사과가 갈변했다며 벌어진 소송에서 대법원이 최종 농민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과 농사를 짓는 A씨가 신선도 유지기 판매업체 대표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의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0월 농산물 숙성 지연 효과가 있다는 B씨의 말을 듣고 신선도 유지기를 300만원에 구입해 저온 창고에 설치했다. B씨는 "기계의 가동 시간을 적절히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구입 시 창고에 방문해 직접 설정을 해줬다. 제품에는 주의 사항에도 "잘못된 시간 설정은 보관 작물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3개월 뒤 창고에 보관한 사과 1900상자 일부에서 갈변·함몰 증상이 나타났다. 양쪽의 의뢰를 받고 사과를 검사한 사과연구소 측은 신선도 유지기에서 발생하는 오존으로 인해 갈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했다. 표본 조사 결과 사과 63%에서 증상이 나타났다. A씨는 사과값을 물어내라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4200만원, 2심은 3200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B씨의 과실을 얼마만큼 인정하느냐에 따라 액수가 달라졌다. 대법원은 2심보다 배상 규모가 커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B씨가 오존의 위험성을 A씨에게 적절히 고지할 의무를 지키지 않아 피해가 커졌는데, 원심에서 이 점이 충분히 심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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