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배승아양(9)을 치어 숨지게 한 전직 공무원 방모씨(66)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31일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기일에서 방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공탁을 신청하는 한편 기일을 여유 있게 잡아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 앞서 기일 연기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다음 기일(8월 21일)에 배양 모친과 오빠를 증인으로 불러 양형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검찰 측은 “방씨는 음주운전 상태로 당시 길을 걷던 아이들을 향해 돌진해 어린이가 숨지거나 크게 다치게 했다”라며 “충남대병원에서 피해자 유족과 생존 피해자들에 대한 정신감정을 진행 중으로, 추후 이들의 정신적 충격의 정도를 밝힐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배양 어머니는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고작 10년, 20년 받자고 피해 조사하고 정신 감정도 받고, 탄원서를 써야 하나 싶다"면서 "우리 딸을 죽인 사람이 고작 그런 할아버지였다는 게…"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피고인이 공탁을 걸어 감형하려 한다고 들었다. 재판이 길어질 거라고도 한다"면서 "가해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혼자 싸워야 하는지…딸이 돌아올 수만 있다면 악마와도 계약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방씨는 지난달 8일 오후 2시 21분께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스쿨존 내에서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배양을 치어 숨지게 하고 함께 있던 9∼10세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방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0.108%로 나타났다.
돌진 당시 운전 속도도 시속 42㎞로, 법정 제한 속도(30㎞)를 초과했다.
그는 이날 낮 12시 30분께 대전 중구 태평동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 뒤 사고 지점까지 5.3㎞가량을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씨가 과거에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방씨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술을 한 두 잔만 마시고 운전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 음주 장소에 차를 가지고 간 후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검사가 직접 공판에 관여해 적극적으로 양형 의견을 내 엄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고 지역은 스쿨존임에도 방호울타리와 중앙분리대 등 보호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좌회전 방향에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도 없었다. 유관기관과 협력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월21일 오후 2시 열린다.